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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대사 해탈시

joyhome 2008. 3. 23. 11:29

 

 

 

 

서산대사 해탈시

 

근심 걱정 없는 사람 누군고

출세하기 싫은 사람 누군고

시기 질투 없는 사람 누군고

흉허물 없는 사람 어디 있겠소

 

가난하다 서러워 말고

장애를 가졌다 기죽지 말고

배웠다 주눅들지 마소

 

세상살이 다 거기서 거기 외다

가진 것 많다 유세 떨지 말고

건강하다 큰소리 치지 말고

명예 얻었다 목에 힘주지 마소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더이다

 

잠시 잠깐 다니러 온 이 세상

있고 없음을 편가르지 말고

잘나고 못남을 평가하지 말고

얼기설기 어우러져 살다나 가세

다 바람 같은 거라오

뭘 그렇게 고민하오

 

만남의 기쁨이건 이별의 슬픔이건

다 한순간이라오

사랑이 아무리 깊어도 산들바람이고

오해가 아무리 커도 비바람이라오

외로움이 아무리 지독해도 한밤의 눈보라 일 뿐이오

폭풍이 아무리 세도 지난 뒤 아침에 고요하듯

아무리 지극한 사연도 지난 뒤엔

쓸쓸한 바람만 맴돈다오

 

다 바람이라오

버릴 것은 버려야지 내 것이 아닌 것을

가지고 있으면 무엇하리오

줄게 있으면 주고 가야지 가지고 있으면 뭐하리오

내 것도 아닌 것을

삶도 내것이라 하지마소

잠시 머물러 가는 것일 뿐

묶어둔다고 그냥 있겠소

 

흐르는 세월 붙잡는다고 아니 가겠소

그저 부질 없는 욕심일 뿐

삶에 억눌려 허리 한번 못 피고

인생계급장 이마에 붙이고

뭐그리 잘났다고 남의 것 탐내시오

 

훤한 대낮이 있으면 까만 밤하늘도 있지 않소

낮과 밤이 바뀐다고 뭐 다른게 있소

살다보면 기쁜 일도 슬픈 일도 있다마는

잠시 대역 연기하는 것일 뿐

슬픈 표정 짓는다 하여 뭐 달라지는게 있소

기쁜 표정 짓는다 하여 모든 게 기쁜 것만은 아니오

 

인생은 내 인생

뭐 별거라고 하오

바람처럼 구름처럼 흐르고 불다보면

멈추기도 하지 않소

그렇게 사는 것이라오

 

삶이란 한조각 구름이 일어남이요

죽음이란 한조각 구름이 스러짐이라오

구름은 본시 실체가 없는 것

죽고 살고 오고감이 모두 그와 같으오

 

生也一片浮雲起(생야일편부운기)

死也一片浮雲滅 (사야일편부운멸)

浮雲自體本無實 (부운자체본무실)

生死去來亦如然(생사거래역여연)

서산대사께서 입적하기 직전 읊은 해탈시(解脫詩)이다.

 

“눈 덮힌 들판을 걸어갈 때 함부로 걷지 마라.

오늘 내가 걸어간 발자국은 뒷사람의 이정표가 되리니"

답설야중거;踏雪野中去 불수호난행;不須胡亂行

금일아행적;今日我行跡 수작후인정;遂作後人程

임진왜란 때 73세의 노쇠한 몸으로 1500명의 승병을 이끌며

전선에 선 노승 서산대사처럼
38선을 배고 누워서라도 분단을 막으려던 김구 선생도

이 시를 즐겨 읊으며 삶을 담금질 했다고 한다.

“유(儒)·불(佛)·도(道)는 궁극적으로 일치한다”고 하며

삼교통합(三敎統合)을 말씀하신 서산대사의 시를

사무실 책상머리에 붙여두고 매일의 경구로 삼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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