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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전어

joyhome 2008. 9. 13. 08:11

                 [지금이 제철] 가을 전어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데 …
                                    예전엔 퇴비로 쓰던 생선
                                    여름 내내 살 여물어 통통

 

전남 장흥군 앞바다에서 어민 박종호씨(右)와 김영식씨가 전어(錢魚)를 잡아 올리고 있다. 전어는 ‘맛이 좋아 돈을 따지지 않는다’는 뜻으로 붙여졌다. 장흥군 회진면 물양장에선 10월 3~5일 전어축제가 열린다. [프리랜서 오종찬]

 

 

“화려하거나 강한 봄이나 여름과 달리 가을은 은근하면서 깊이가 있잖습니까. 전어 맛이 바로 그렇죠. 맛이 소박하면서도 그 기억이 오래 남아요. 석쇠에 구워 먹는 것, 특히 내장이 있는 배 부위의 쌉쌀한 맛이 정말 좋지요.”

소설가 문순태(68·전 광주대 문예창작과 교수)씨는 “전어는 흔하고도 맛이 좋아 민중들이 즐겨 먹고, 차례상이나 제사상에도 올린 서민적 어종”이라고 말했다.

전어의 맛이 오르기 시작했다. ‘며느리 친정 간 사이에 문 걸어 잠그고 먹는다’ ‘전어 굽는 냄새에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전어다. 몸이 납작하고 머리와 입이 작으며, 회를 뜨거나 초고추장으로 야채와 함께 무쳐 먹는다. 몸통에 서너 개의 칼자국을 내고 소금을 뿌려 구워 먹는 것을 최고로 친다. ‘깨가 서 말’이라는 머리와 약간 쓴 맛이 나는 창자를 먹지 않으면 헛것을 먹은 것이라고 한다. 새끼손가락만큼밖에 안 되는 창자로 담은 돈배젓은 예부터 귀한 대접을 받았다.

‘8월 전어는 돼지나 개도 안 먹는다’ ‘봄 도다리(광어), 가을 전어’라는 말도 있다. 박종화(49) 남해수산연구소어업지원과장은 가을에 맛이 좋은 이유에 대해 “여름에 연안의 따뜻한 물에서 풍부한 영양염류를 먹고 자라 온 몸에 기름이 차고 살이 통통하게 붙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예전에 섬 지방 등에선 전어를 거름으로도 썼다. 남을 주기에 미안하다고 할 만큼 흔한 생선이었다. 그러나 맛이 있어 해안 지방 사람이나 미식가들은 오래 전부터 즐겼다. 1990년대 들어 입소문을 타기 시작해 이젠 가을 별미의 대명사로 자리 잡았다. 이름 그대로 ‘맛이 좋아 돈을 따지지 않는’ 전어(錢魚)가 됐다.

건강에 좋은 등 푸른 생선이라는 점도 인기 확산에 일조했다. 단백질도 많지만 불포화지방산뿐 아니라 기억력과 학습 능력을 높여 주는 DHA·EPA를 많이 갖고 있다. 뼈와 가시까지 먹을 수 있어 칼슘 섭취에 유리하다.

자연산은 전남 장흥군 득량만과 전북 부안군 위도 해역 등 남해안과 서해안에서 지난달 중순부터 나고 있다. 썰물과 밀물이 바뀌면서 물살이 거의 멈추는 1시간 남짓에 활발히 움직인다. 이때 그물코에 끼게 하는 방법으로 잡는다. 11월 초까지 곳곳에서 전어 축제가 이어진다.

양식도 많이 이뤄져 자연산이 풍어를 이룬 지난해는 산지 출하 가격이 ㎏당 2000원 아래로 떨어지는 ‘전어 파동’을 겪었다. 올해는 양식 물량이 지난해와 비교해 3분의 1 이하로 줄었다.

이해석 기자 , 사진=프리랜서 오종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