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장/신문 기사들

스티브 잡스는 幸福했을까

joyhome 2015. 7. 22. 15:32

조선일보 기사를 읽고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행복(幸福).부(富). 성공(成功)

관한 월호스님의 글이다.

읽어보면 무언가를 느낄수있을것 같아서 올려봅니다...

 

월호 스님· 행불선원장

스티브 잡스는 幸福했을까

 

[ESSAY] 스티브 잡스는 幸福했을까

월호 스님· 행불선원장 입력 : 2015.07.22

 

컴퓨터로 세상을 바꾸려던 꿈 이뤄간 그는 과연 행복했을까

幸福은 미래의 목표가 아니라 지금 여기서 관찰· 선택하는 것

알고 가진 만큼 전하고 베풀면 成功은 따라오지 않을까

얼마 전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한 적이 있었다. 강연을 할 때에는 항상 청중의 눈빛과 반응을 보면서 내용과 수위를 조절하는데 부처님의 말씀이라든가 진정한 마음공부에 대하여 말할 때 학생들은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는 시큰둥하기까지 했다.

 

화제를 돌려 스티브 잡스에 관한 얘기를 꺼냈다. 반응이 확실히 달라졌다. 자신들이 그렇게도 갈구하는 사회적 성공과 엄청난 부()를 이룬 세계적 인물이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스티브 잡스는 현대 혁신의 아이콘이다. 그는 세계 브랜드 파워 1위 기업인 애플사의 CEO로서 성공적인 삶을 살았다. 하지만 그는 과연 행복했을까?

 

잡스는 태어나자마자 대학을 나오지 못한 어머니와 고등학교조차 졸업하지 못한 아버지에게 입양되었다. 부모님이 평생 어렵게 마련한 돈을 대학 등록금으로 몽땅 날려버릴 형편임을 알고는 스스로 대학을 중퇴해 버렸다. 또한 나이 서른 살에는 자신이 설립한 애플사의 경영 문제로 고심하다가 당시 펩시콜라의 사장이었던 존 스컬리를 CEO로 영입하고자 했다. 존 스컬리는 대기업 사장 자리를 버리고 작은 신생 기업으로 가기를 망설였다. 그때 잡스가 말했다. "인생 끝날 때까지 설탕물이나 팔겠습니까? 아니면 나와 함께 세상을 바꾸어보겠습니까?" 이 말을 듣고 존 스컬리는 애플로 이적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잡스는 자기가 영입한 사장에 의해서 애플의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게 된다. 애플에서 쫓겨난 후에 정착한 픽사를 최고의 애니메이션 회사로 성장시키고, 컴퓨터 회사를 창업하여 새로운 운영체제를 개발한다. 그 후 잡스는 애플로 복귀하여 다 죽어가던 애플을 다시 살려낸다. 이처럼 청춘을 IT 업계에서 보낸 마흔 살의 잡스는 컴퓨터와 과학기술에 대해 뜻밖의 말을 한다. "이것으로 세상이 바뀌는 건 아닙니다. 아니, 바뀌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런 말도 한다. "미안하지만 그게 진실입니다. 아이를 낳은 후 세상을 보는 눈이 크게 바뀌었지요. 사람은 태어나서 아주 짧은 순간을 살다가 죽습니다. 쭉 그래 왔습니다. 이것은 기술로는 거의, 아니 전혀 바꿀 수 없는 사실입니다."

 

잡스는 컴퓨터로 세상을 바꾸기를 꿈꾸었고, 실제로 그 꿈을 이루어 나갔다.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같은 것들은 세상을 편리하게 하는 데 많은 기여를 했다. 그러나 이것 때문에 삶이 마냥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다.

요즘은 대부분의 사찰에서도 와이파이가 잘 잡혀서 스마트폰 연결이 잘된다. 그렇다 보니 고요한 산중(山中) 사찰에 와서도 스마트폰을 붙잡고 연신 떠들어대거나 SNS에 여념 없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심지어는 만사를 내려놓고 쉬어야 할 템플스테이에 참가해서도 '밥은 먹었느냐?' '잘 지내고 있느냐?' '엄마는 좀 있다가 갈 거야.' 등등 틈만 나면 스마트폰을 잡고 있다. 그것이 오히려 마음공부를 방해한다. 손안의 편리한 물건이 도리어 마음을 속박한다.

 

사회적 성공과 행복을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 흔히 사람들은 성공하면 당연히 행복해질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성공을 향해 정신없이 달려간다. 하지만 사회적 성공이란 성취하기 쉬운 것이 아니다. 아마 모든 사람이 이룰 수 있는 거라면 성공이라고 부르지도 않을 것이다. 소수의 사람만이 사회적 성공에 도달하는데, 또 그중 일부만 행복을 성취할 수 있다면 결국 아주 적은 사람만이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몇 년 전 어떤 기업체를 성공적으로 이끌어나가던 한 CEO가 필자에게 한 말이 생각난다. 자기는 사회적으로 성공하고 어느 정도 부()를 축적해서 좋은 집에 살면서 좋은 차를 타고 다니면 당연히 행복해질 줄 알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성과를 이루었음에도 마음 한편에는 무언가 헛헛함이 항상 떠나지 않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렇다, 인간은 축생(畜生)과는 다른 것이다. 그저 좋은 집에서 맛난 음식을 먹으면서 가족과 함께 단란하게 지낸다고 해서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다. 그 위에 추구해야 할 정신적 가치가 있다. 그래서 "배부른 돼지보다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낫다"고 하는 것이다.

 

바로 지금 여기에서 우리가 먼저 성취해야 할 것은 행복이다. 행복은 미래의 목표가 아니라 현재의 선택이다. 행복을 미래의 목표로 설정하는 순간 현재의 불행을 체험하게 된다.

바로 지금 여기에서 스스로를 관찰하는 것이 행복의 첫째 비결이다. 그리고 아는 만큼 전하고, 가진 만큼 베푸는 것이 둘째 비결이다. 이러한 마음가짐으로 모든 일을 대한다면 부와 성공은 저절로 따라오게 마련이 아닐까?

 

스티브 잡스는 과연 행복했을까?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정확한 것은 오직 당사자만이 알고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바로 지금 여기에서 우리가 스티브 잡스보다 더 행복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사람만큼 성공하지 않고서도 말이다. 필자에게 다시 인생이 주어지고, 누군가가 '스티브 잡스가 될래? 월호가 될래?' 하고 묻는다면 서슴없이 답하겠다. "다시 태어나도 월호가 되겠습니다"라고.

 

조선일보기사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5/07/21/2015072104439.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