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장/신문 기사들

인내(忍耐)

joyhome 2016. 8. 27. 11:58

[매경춘추] 인내(忍耐)

한여름처럼은 아니어도 매미 소리가 들려온다. 그 소리를 듣노라면 숲속 나무 그늘에 있는 것만 같다. 맹렬하게 토해 내는 매미 울음소리에는 인고의 시간이 담겨 있다. 언젠가부터 매미 소리가 잘 들리는 것을 보면, 자연의 소리도 때가 되어야 비로소 들리는 것이 이치인가 보다. 무더웠던 여름도 지나가고 있다.

 

삶의 여정에서 크고 작은 경험을 할 때면 인내의 가치를 되새기게 된다.

몇 년 전 이명재 전 검찰총장의 인터뷰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인생이 무엇인지 물었더니 "어차피 참고 걸어가는 먼 길이다. 좋은 일도, 어려운 일도 많은 길이다.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가변성을 가진다. 그래서 `지금` 그리고 `여기`를 소중히 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이 말에서 나는 인내를 떠올리며 은근히 위로를 받았다.

 

아주 단순한 일조차 인내 없이 해내기는 어렵다. 좌절과 실패를 겪으며 우리는 인내를 배운다. 갖가지 경험에서 배우고 깨달으며 지혜를 얻게 해주는 것도 인내다. 나는 인내가 괴로움을 참는 것이 아니라 삶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임을 서서히 알게 되었다. 고통이 있을 수도 있음을, 괴로움이 있을 수도 있음을, 외로운 순간이 있을 수도 있음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이다. 삶에 대해서는 감히 오만할 수 없음을 겸허히 깨닫는 것이다.

 

세월이 참 빠르기도 하다. 그러나 모든 것은 유한하기 때문에, 시간과 공간의 한계 속에 있기 때문에, 아름다울 수 있다.

 

좌절과 실패에서 배우기 위해서는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을 때에 겪어야 한다. 그런데 많은 젊은이들이 요즈음 꿈도 희망도 제대로 가져보지 못한 채 너무 일찍 포기하고 체념하는 상황에 부딪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삶이 어렵다는 사실을 너무 일찍 알아버리는 세대에게 인내라는 말을 꺼내기가 힘들다.

어른이 되면서 인생을 조금씩 알아가는 법인데.

 

젊은이들이 희망을 품고 도전할 수 있는 곳이 되면 좋겠다. 그들이 일터를 갖고 누구나 겪어야 할 시련도 겪으면서 나름대로 삶의 가치를 배울 수 있다면 또한 좋겠다. 그들에게 자연의 섭리에 관해서 그리고 인내의 가치에 관해서 얘기할 수 있다면 그곳은 그 자체로 살 만한 세상이다.

 

 

http://news.mk.co.kr/column/view.php?sc=30500041&cm=_사설·칼럼&year=2016&no=607728&selFlag=&relatedcode=&wonNo=&sID=

 

기사입력 2016.08.26

[전현정 전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