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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란지교(芝蘭之交)를 꿈꾸며

joyhome 2017. 12. 11. 00:01

 

지란지교(芝蘭之交)를 꿈꾸며

 

 

 

 

지란지교(芝蘭之交)를 꿈꾸며

 

 

저녁을 먹고 나면 허물없이 찾아가

차 한 잔을 마시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입은 옷을 갈아입지 않고

김치 냄새가 좀 나더라도

흉보지 않을 친구가

우리 집 가까이에 있었으면 좋겠다.

 

비 오는 오후나, 눈 내리는 밤에도

고무신을 끌고 찾아가도 좋을 친구

밤 늦도록 공허한 마음도

마음 놓고 보일 수 있고

 

악의 없이 남의 얘기를 주고받고 나서도

말이 날까 걱정되지 않은 친구가

우리집 가까이에 있었으면 좋겠다

 

그가 여성이어도 좋고 남성이어도 좋다

나보다 나이가 많아도 좋고

동갑이나 적어도 좋다

 

다만 그의 인품은

맑은 강물처럼 조용하고 은근하며

깊고 신선하며 친구와 인생을

소중히 여길 만큼 성숙한 사람이면 된다

 

그는 반드시 잘 생길 필요도 없고

수수하나 멋을 알고

중후한 몸가짐을 할 수 있으면 된다.

 

나는 많은 사람을 사랑하고 싶지는 않다

나의 일생에 한두 사람과 끊어지지 않는

아름답고 향기로운 인연으로

죽기까지 지속되길 바란다

 

나는 될수록 정직하게 살고 싶고

내 친구도 재미나 위안을 위해서

그저 제자리서 탈로나는 약간의 거짓말을 하는

재치와 위트(wit)를 가졌으면 바랄뿐이다

 

그리하여 우리는

우리의 손이 작고  어리어도

서로를 버티어 주는 기둥이 될 것이며

 

눈빛이 흐리고 시력이 어두워질수록

서로를 살펴주는 불빛이 되어 주리라

 

 

  

그러다가 어느 날이 홀연히 오더라도

축복처럼 웨딩드레스처럼 수의를 입게 되리니

 

같은 날 또 다른 같은날이 아니더라도

세월이 흐르거든 묻힌 자리에서 더 고운 품종의

지란이 돋아 피어, 맑은 향기로 다시 만나 지리라

 

지란지교를 꿈꾸며 -유안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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