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빵 독립선언… 식탁의 주연으로
조선일보 2017.12.27
햄·송로버섯 등 고급 재료 넣은 '프리미엄 식빵' 등장
밥 대신 빵 찾는 식습관 반영… 1인 가구 늘면서 크기는 줄어
식빵은 식탁의 조연(助演)에 가까웠다.
햄, 소시지, 치즈, 달걀 등 주연(主演)들이 빛날 수 있도록 뒷받침해주는 역할을 묵묵히 수행해왔다.
그러던 식빵이 최근 주인공으로 나섰다.
호두, 아몬드, 호박, 고구마, 치즈, 햄은 물론 송로버섯(트러플) 같은 고급 속재료를 채워 넣은 '프리미엄 식빵'이 등장하면서다.
마카롱, 에클레어, 롤케이크 등 달콤하고 화려한 제과제빵류에 끌리던 이들이 이제 식빵집 앞에 줄을 선다. 서울 성수동 '밀도', 이촌동 '교토마블', 송파동 '르빵', 신사동 '식부관', 동교동 '캐비넷' 등이 대표 프리미엄 식빵 가게다.
치즈·햄·견과류 등 다양한 식재료로 풍성하게 속을 채운 프리미엄 식빵은 다른 음식을 곁들이지 않아도 빵만으로 한 끼 식사가 충분히 된다. 위부터 공주통밤식빵(르빵), 살라미·올리브·할라피뇨를 넣은 부오나(캐비넷), 마론(밤) 식빵(교토마블). /한준호 영상미디어 기자
식빵은 본래 쌀밥처럼 담백했다. 밀가루와 물, 효모(또는 이스트), 약간의 소금으로만 만들었다. 최근 유행하는 프리미엄 식빵은 속이 다양하게 들어간다.
르빵 '공주통밤식빵'이 대표적이다. 위에 달콤한 소보로가 뿌려진 이 식빵은 손으로 들어보면 무거울 정도로 커다란 통밤이 많이 들었다. 캐비넷 '부오나'는 살라미 햄, 올리브, 할라피뇨 고추를 넣어 식사뿐 아니라 와인 안주로도 어울린다. 프랑스 레스토랑 '톡톡'과 김대천 셰프가 연 '식부관'은 송로버섯을 잘게 썰어 넣은 식빵을 겨울 한정품으로 내놓기도 했다.
속재료가 푸짐하게 든 프리미엄 식빵 유행은 한국인의 식생활 변화와 맞물려 있다. 빵 전문가인 김혜준 전 인천문예전문학교 제과제빵과 교수는
"국내에서 빵은 간식에서 주식(主食)으로 옮겨가는 전환기를 맞고 있다"고 했다.
"요즘 사람들 특히 20~40대 여성들은 밥 대신 빵을 식사로 점점 더 선호합니다. 쌀 소비량은 줄고 빵 판매가 늘고 있는 거죠.
서양처럼 담백한 식빵은 입에 맞지 않으니 부재료가 들어간 식빵을 찾게 되고, 빵만 데우면 한 끼 식사가 되니 편리한 거죠."
4종류 치즈를 넣은 ‘르빵’의 콰트로 치즈브레드. /한준호 영상미디어 기자
프리미엄 식빵은 속뿐 아니라 반죽에도 우유, 버터를 넣어 풍성한 맛을 낸다. 2015년 성수동에 1호점을 열면서 프리미엄 식빵 열풍을 일으켰다고 평가받는 밀도에서는 생크림이 들어간 '리치(Rich)식빵'이 특히 인기다. 일반 빵 반죽과 녹차·딸기를 각각 넣은 반죽을 섞어 하양·초록·분홍 세 가지 색깔을 낸 '삼색 식빵'으로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에서 화제가 됐던 교토마블은 반죽을 손으로 100번 이상 펴고 접어 얇은 결이 촘촘하게 차 있는 데니시 식빵 계열이다.
프리미엄 식빵은 맛은 풍성해지고 묵직해진 대신 크기는 작아졌다. 일반 빵집에서 판매하는 식빵과 비교하면 절반에서 3분의 1 정도로, 모양도 직육면체가 아닌 정육면체에 가깝다. 1·2인 가구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기존 식빵은 혼자나 둘이서 먹으려면 매일 아침 먹더라도 사나흘쯤 걸리는 반면, 프리미엄 식빵은 아침과 저녁에 가끔 식사 대용이나 간식으로 먹을 때 봉지를 열어서 남기지 않고 먹을 만한 분량이다.
식빵만 파는 식빵 전문점도 빠르게 늘고 있다. 프랜차이즈 브랜드만 10여 개에 달한다. 테이크아웃 위주여서 매장이 작아도 되는 데다, 빵만 굽기 때문에 제빵사를 고용하지 않고 주인이 직접 구울 수도 있어 파리바게뜨·뚜레쥬르 등 일반 제과·제빵점보다 창업·운영비가 적게 든다는 이점이 있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12/27/2017122700010.html
[김성윤 음식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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