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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새 아침에 2020을 생각한다

joyhome 2019. 1. 2. 11:28

2019 새 아침에 2020을 생각한다

[김대중 칼럼]

입력 2019.01.01  

 

 

한국 총선, 美 大選 있는 내년에 두 대통령의 정치적 생명 판가름

정권은 '親北遠美' 방향 잡고 트럼프는 한국에 연연 않을 것

'떠난 자리에 들어오는' 시한폭탄 안고 올해를 산다

2019년 새 아침에 2020년을 생각한다. 2020년은 대한민국에는 국회의원 선거가, 미국에는 대통령 선거가 있는 해다. 대한민국은 국회의원 선거를 통해 문재인 정권을 심판하고, 미국의 선거는 도널드 트럼프의 재선 여부를 결정한다. 문재인과 트럼프의 정치적 생명이 판가름나는 해다.

 

집권 3년 차를 맞는 문재인 정권은 이미 궤적을 다 드러냈다. 더 이상 달라질 것도 없고 그럴 조짐도 없다. 속된 말로 '그냥 오던 대로 쭉 가는 것'이다. 경제는 갈팡질팡이 드러날까 두려워 진흙탕을 텀벙텀벙 가는 형국이고, 안보 분야는 친북원미(親北遠美)로 방향이 정해진 것 같다. 지금대로 가면, 아니 문 정권이 총선에서 이기고 트럼프가 재선되면 한·미 관계는 종말로 간다. 미국은, 적어도 미군은 한국을 떠날 것이고 한반도에는 '이상한 나라'가 생길 것이다.

 

안보 장사꾼인 트럼프는 반미 데모가 횡행하는 데다 방위비 분담마저 인색한 한국에 더 이상 연연하지 않을 것이다. 그보다는 북한과의 관계 정상화와 핵 거래로 더 '재미'를 보려고 할 것이다. 문 정부로서는 불감청이언정 고소원(감히 요청할 것은 아니지만 바라던 바)이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로서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거래지만 대한민국은 '평화'를 좇다가 '통일연방'(북한 철도상의 발언) 쳐다보는 꼴이 될 것이다. 서울의 중심부에서 연일 반미 데모와 '김정은 칭송' 쇼가 벌어지고 있는 작금의 현상은 결국 '미국 떠나고 북한 들어오는' 한반도 정세 역전의 상징적 예고다.

 

우리는 지금 우리 제도의 허점에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 한 사람이 이렇게 나라를 들었다 놓았다 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고 있다. 어떻게 대통령과 일단의 추종자들이 세상을 자기들 멋대로 요리할 수 있는 것인지 미처 알지 못했다. 우리는 생살여탈권을 쥔 것으로 착각하는 또 다른 갑()을 왕()으로 뽑은 것이다. 군부 쿠데타 때는 그러려니 하고 당했지만 요즘은 '민주사회에서 이럴 수가' 놀라면서 당한다.

 

우리의 지난날이 얼마나 부끄럽고 오염된 것이기에 입만 열면 '평등'이고 '정의' 놀음인가? 우리가 과거에 얼마나 근로자를 착취했기에 눈만 뜨면 거리에 노조 데모고 마이크 함성인가? 우리 사회가 과거에 얼마나 임금을 착취했기에 자고 깨면 '최저임금' 타령이고 '근로시간'에 주눅 들어야 하는가? 과거 우리 사회가 얼마나 범죄적이었기에 지금 우리는 온통 민간 사찰, 구속과 자살, 압수 수색, 비리 고발 등의 열병에 시달리고 있는가? 세계는 우리를 선망의 눈으로 보아왔다. 그 작은 나라가 만든 반도체, 자동차, 휴대폰, 전자기기에 찬사를 보내고 있다. 못사는 나라들의 국민은 한국에 오는 것이 꿈이고, 한국 여권은 외국 도둑들의 선호 품목 1위다.

 

핵 싸움은 진작에 끝났다. 지난 2년여에 걸친 '북핵 싸움'에서 이긴 쪽은 북한이고 진 쪽은 한국과 미국이다. 북한은 우여곡절에도 끄떡없이 핵과 미사일을 지켜냈다. 김정은은 문 대통령과 트럼프의 무릎을 꿇리거나 속이는 데 성공하고 있다. 그 마당에서 한국이 잃은 것은 한국의 자존심이다. 북한의 '선의'에 매달리며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미소와 아부를 보내는 데 올인했다. 김정은이 올 초 답방하겠다니 감지덕지다.

 

대통령은 한 나라의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고 국토를 보전하는 것 못지않게 나라의 자존심을 지키는 것이 존재 이유다. 나라를 지킨다는 것은 곧 자존심을 지킨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어느 다른 나라의 이해관계를 여기저기 부탁하고 다니며 북한 관계 말고는 질문도 안 받는 독단적 처사는 국민에 대한 대통령의 직무 유기다.

 

트럼프도 미국의 자존심을 건드리고 있다. 미국의 조야에는 트럼프 탄핵론이 일기 시작했다. 탄핵론의 근거로는 그의 빈번한 거짓말, 독단적·독선적 일탈, 트위터를 통한 일방통행식 정치, '동맹'을 거래하는 상업적 안보관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그 모든 것의 기저에는 미국의 품위 손상과 자격 미달이 있다. 지 금 미국인들은 미국 정치를 사유물(私有物)화하는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가진 것에 자존심이 상해 있다.

 

2020년 이후 주한미군과 동맹이 퇴색할 때 대한민국의 향방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아마도 문 대통령은 트럼프가 있을 때 대북 '평화 프레임'을 얽어 놓으려고 할 것이기에 그의 2019 발걸음은 분주할 것이다. 우리는 그 시한폭탄을 안고 2019년을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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