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씹을수록 고소한 전어회의 비밀

joyhome 2012. 10. 7. 23:02

 

씹을수록 고소한 전어회의 비밀

 

 

대표적 가을 횟감인 전어가 수족관에서 헤엄치고 있다.

 

가을이면 지방성분 3배로 늘어…10월 뼈 억세지기 전 먹어야 제맛

`봄 도다리, 가을 전어', 싼 생선에서 이제 대표 횟감 자리매김

 

전어 ‘뼈꼬시’에는 깨가 서말 들어 있다.

전어는 가을철에 살이 오르고, 맛이 있기 때문에 가을을 대표하는

생선이라는 뜻으로 ‘가을 전어’라는 말을 한다.

가을 전어는 회는 물론 구이 또한 일품이어서

예로부터 ‘가을 전어 대가리에는 깨가 서말’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사실, 국립수산과학원에서 전어 성분을 분석한 결과,

전어의 다른 영양분은 계절에 따라 별 차이가 없으나,

가을이면 유독 지방성분이 최고 3배 가량 높아진다고 밝혀

‘깨가 서말’이라는 속설을 과학적으로 뒷받침하였다.

이 지방질 때문에 구울 때 고소한 냄새가 나서 생긴

‘전어 굽는 냄새에 집 나간 며느리가 다시 돌아온다’라는

말은 이제 보편화되었다.

 

여수에는 다른 지역과 달리,

가을이 아닌 한여름부터 전어 시즌이 시작된다.

8월이 되면 소호동 바닷가에 즐비한 횟집 유리문에

“하모 유비끼 개시”와 함께 “전어회, 전어구이, 전어무침 합니다”가

형형색색의 광고문으로 나붙는다.

 

 

  다 자란 전어. 등지느러미 끝이 길게 늘어진 모습이 독특하다. 사진=국립수산과학원

 

사실, 전어는 십수년 전만 해도 어촌 마을 선창에 가면 배에서

한 ‘바께스’에 5000원 주면 2000원 거슬러 줄 정도로 싼 생선이었다.

그러나 그건 다른 고급 어종이 많이 어획되었던 때의 인심이고,

TV 방송 매체 등에서 먹거리 기행에 전어가 소개된 이후로

일반인들은 정식 횟감이 아닌 잡어를 싼 맛에,

특별한 맛에 먹기 시작했으니 이젠 한 철의 대표적인 횟감 생선으로

당당히 자리매김하였다.

 

심지어는 바다와 한참 떨어진 도회지에서도

수족관에서 재빠르게 헤엄치는 활어를 바로 잡아 회를 쳐서

맛볼 수 있으니 그 인기가 하늘을 찌른다.

가을철에 잡힌 전어는 회칠 때 다른 큰 생선과 달리

대가리와 지느러미만 떼고, 통채로 ‘엇쓸기’를 한다.

이를 이른바 “세꼬시” 또는 “뼈꼬시”라고 부르는데,

그 어원을 살펴보자.

 

일본말 중에 ‘작은 물고기를 대가리와 내장을 제거하고

3~5㎜ 정도의 두께로 뼈를 바르지 않고 자르는 방법’을 뜻하는

“세고시(せごし, 背越し)”란 말이 있다.

이 말이 경상도 지방으로 건너와 “세꼬시”란 된발음으로 변해

통용되고 있는 듯하다.

 

혹자는 뼈채 먹어 보니 고소하다 해서 “뼈꼬시”란 말을

사용하기도 하는데, 이는 분명 잘못된 말이다.

그러나 우리말과 일본말이 합성되어 더 잘 알아먹을 수 있다면,

이는 조어 생명력의 경이가 아니겠는가?

 

전어는 10월 이후 가을이 지나면 뼈가 억세지기 때문에

그전에 잡은 놈들은 비늘만 벗기고 뼈채 두툼하게 썰어낸다.

이 가을 전어를 마늘과 기름을 두른 막장에 찍어 먹는 그 맛!

씹으면 씹을수록 고소해지는 뒷맛은 깨소금보다도 고소하다.

활어의 쫄깃쫄깃한 살맛을 강조한 일반 회와 확실히 구분되는 뼈가

약하게 씹히는 거친 맛이 바로 전어 ‘뼈꼬시’의 맛이 아닐까.

 

 

뼈째 얇게 썬 전어회 사진=예종석

 

전어에 돈 '전'자를 쓴 까닭

 

전어는 옛부터 일반인들과 친숙했던 물고기로

이름에 관한 유래가 여럿 있다.

그중 서유구의 <난호어목지>에는

 ‘전어는 기름이 많고 맛이 좋아 상인들이 염장하여 서울에서 파는데,

귀천이 모두 좋아하였으며 그 맛이 좋아 사는 사람이

돈을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전어(錢魚)라고 했다’고 쓰여 있다.

 

오래전부터 이렇게 돈을 생각하지 않고 사먹을 정도였다고 하니

전어를 단순히 잡어라고 생각했던 필자의 생각이 짧았음을 인정해야겠다.

또한, 근거를 찾을 수는 없지만 전어 이름의 유래로

그럴듯한 바다 건너 일본 이야기를 하나 소개한다.

 

옛날 어떤 부자에게 첩으로 딸을 주게 된 아버지가

관(棺)에 전어를 넣어 화장(火葬)을 하고 딸이 죽은 것처럼 위장하여

어려움을 면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자식 대신이란 말이 일본어로 ‘고노시로(子の代→コノシロ)’인데,

일본에서는 이 말을 그대로 전어의 이름으로 쓰며,

특히 12㎝ 이상의 다 큰 전어를 칭한다.

 

학명인 Konosirus punctatus에서 속명(屬名)인

Konosirus는 일본명인 ‘Konoshiro(コノシロ)’에서 발음을 그대로 딴 것이고,

종명(種名)인 Punctatus는 전어 몸에 반점이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전어 이름과 관련하여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하나 더 있다.

 

일본의 어느 성에 성주가 하인들의 노고를 치하하는 연회를 열었다.

가을이라 전어가 맛있을 철이니 당연히 전어 소금구이가 나왔다.

하인들은 전어를 맛있게 먹으면서

“コノシロは ウマイ(전어가 맛있다)”를 연발하였다.

이 말을 들은 성주는 “이 성(城)이 먹혀서는 큰일이다”라고

 한 걱정을 하였다고 한다.

일본어로 성(城)은 ‘シロ’로서 ‘コノシロは ウマイ’는 “이 城은 맛있다”

라고 들렸으리라.

 

이 이후로 6~12㎝ 정도의 전어 중치를 ‘고하다(コハダ)’라고

달리 부르게 되었다는데, 이 용어가 어떻게 유래되었는지를

일본어 꽤 한다는 아내에게 물어봐도 알 수 없었으니

독자들의 몫으로 돌려야 할 모양이다.

영어로 전어를 ‘Dotted gizzard shad’라고 부르는데,

전어의 위(胃)가 새의 모래주머니(gizzard)를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전어 친구 밴댕이, 반지, 풀반댕이, 풀반지

 

봄이 오는 5월에 강화에 가면 밴댕이회와 밴댕이무침이 유명하다.

강화도 선수 포구는 밴댕이의 원조격인 곳으로

‘밴댕이 마을’로 지정되어 있다.

강화는 마니산과 동막 해수욕장 등의 볼거리가 많아 수도권에 사는

사람들의 가족 나들이 장소로 손색이 없다.

넓은 갯벌과 갈매기들이 날아다니는 바다 풍경은

서울 근교에 이런 어촌이 있나 의아해 할 정도이다.

조수간만의 차가 커서 물살이 세고 뻘이 기름지기 때문에 특히 담백하고 맛있어

제철이 되면 밴댕이회를 맛보기 위해 찾아오는 식도락가들로 북적거린다.

 

어민들의 말로는 밴댕이를 잡아 냉장고에서 하루 정도 숙성시켜

먹는 것이 가장 고소하고 부드럽다고 한다.

사실 강화 사람들이 ‘밴댕이’라 부르는 것은

디포리, 등푸레라는 별명을 가진 진짜 밴댕이 외에

반지, 풀반댕이, 풀반지를 통틀어 말한다.

 

 

강화군 선수포구 밴댕이 마을

 

밴댕이는 겨우내 깊은 바다에 몸을 숨기고 있다가

바닷물이 따뜻해지면 연안으로 이동하면서 먹이 활동을 왕성히 한다.

‘오뉴월 밴댕이’라는 말이 있듯이 남쪽에서 해안을 따라

올라오는 밴댕이는 강화도 앞바다에서 잡히는 때가 가장 맛이 좋단다.

산란을 위해 몸을 살찌우기 때문이다.

밴댕이는 성질이 급해 물 밖으로 나오면 바로 죽는 습성이 있어,

속 좁은 이들에 곧잘 비유되기도 한다.

 

같은 청어과에 속하는 밴댕이는 전어와 비슷해서 언뜻 보면

헷갈릴 수가 있다.

밴댕이의 등쪽은 밝은 푸른색을 띠고 배쪽은 흰색이며,

아래턱이 위턱보다 튀어나와 있는 것이 특징이다.

반면, 전어는 등이 누런빛을 띤 짙은 청색이며 배쪽은 은백색이다.

 

전어 등쪽 부위의 비늘 중앙에는 1개씩의 갈색 반점이 있는데,

이를 전체적으로 보면 세로줄이 여러개 줄지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또한 아가미뚜껑 뒷부분에는 큰 흑색 반점이 있는 것이 특징이고,

등지느러미 뒤끝의 연조는 길어 삐져나와 있어 쉽게 구분할 수 있다.  

 

전어의 산란 생태는 아직 미스테리

 

 

전어의 내장을 빼고 뼈째 얇게 썬 뒤 양념을 한 전어 뼈꼬시.

 

 

가을이 되면서 전국 어디서나 전어를 내세운 축제가 한창이다.

남해안에 있는 부산 명지, 삼천포, 광양, 보성 율포,

그리고 서해안의 서천 홍원항과 보령 무창포 등등….

이렇게 인터넷에 올려있는 곳 말고도 부지기수일 것이다.

 

특히, 올해로 12회를 맞는 서천군 홍원항과

 8회째인 보성군 율포 전어축제는 전국에서 찾아오는

대표적인 지역축제로 자리매김을 한 지 오래이다.

그런데, 이들 지역의 공통점은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하구이거나 연안 안쪽으로 쑥 들어온 만이다.

이를 어류 생태학적 측면에서 분석해 보면 재미있으리라.

 

몇 년 전부터 금강 하구 현장조사를 나가 어업인들을 만나보면

전어는 여름에서 가을로 접어들면서 영양분이 많은 하구쪽에서

많이 잡힌다고도 하고, 또 하구둑에서 담수를 한꺼번에 방류했을 때 만

입구의 염분이 낮아지면 전어가 잘 안 잡히고

반대로 장마가 짧고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면 전어가 풍어를 이룬다고도 한다.

이 시기는 봄철에 산란한 전어가 여름내내 연안에 서 자라는 기간으로

전어의 성장과 서식에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 먹이와 염분이

중요할 것으로 판단되나, 과학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

 

이참에 그간 발표된 논문을 토대로 전어 생태 몇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전어는 우리나라 연안의 수심 30 m 내외의 표층~중층에 사는

연안성 어종으로 멀리 회유하지는 않지만,

서해안에서는 봄에 수온이 8℃로 올라가면 만이나 연안으로 들어와

여름 동안 이곳에서 살다가 가을에 수온이 8℃ 아래로 내려가면

외해로 빠져나간다.

 

서해에서 전어는 8~15℃를 보이는 4~5월에 만으로

떼를 지어 몰려와 만 입구의 저층에서 산란한다.

그러나 같은 시기에 수온이 서해보다 더 높은 남해에서는

전어가 5~6월에 산란이 이루어지는데, 이때 수온이 15~20℃를 보여

서해와 남해에서 전어의 산란 수온이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물고기는 해역에 따라 산란 시기는 달라도 그 수온은 비슷한데,

 이와 같은 결과는 주목할 만한 현상으로 앞으로 전어의 산란요인에 관한

연구는 좋은 주제가 될 것이다.

 

서해산 전어는 태어난 첫해에 가장 빨리 자라 1년이면

체장 12㎝, 2년이면 16㎝, 3년에 18㎝, 4년에 21㎝로 큰다.

만 2년이 지나 14㎝가 되면 성숙하는데,

전어의 성숙은 연령에 결정되지 않고 체장에 좌우된다.

 

또한, 남해산 전어는 1년이면 체장 11㎝, 2년이면 14㎝, 3년에 17㎝,

4년에 20㎝, 5년에 21㎝로 서해산 전어보다

같은 연령에 크기가 약간씩 작게 나타나 해역간에 서로 다른 계군이

있을 수 있음을 암시하는데, 해역간 성장요인을 밝히는 것 또한

향후 좋은 연구과제이다.

이렇게 아직도 연구해야 할 것들은 많은데,

여전히 일반인들은 묻고 싶고 알고 싶은 것들이 많을 터이고….

마음만 바쁘다.

 

글·사진 황선도/한겨레 물바람숲 필진,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연구위원·어류생태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