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병에 죽어 가던 총각, 이거 먹고 벌떡 일어났네
▲ 목포사람들의 여름 보양식 민어 204년 전, 세계최초의 해양생물도감 <자산어보>를 쓴 흑산도 유배객 정약전 선생이 여름보양식으로 추천한 임자도 민어.
진이 빠진다. 거리에 나서면 바늘처럼 내리 꽂는 폭염에 머리가 빠개질 것 같다. 연신 닦아내도 흐르는 땀방울은 장맛비 같다. 입안에는 '헉헉!' 더운 입김이 쌓여 단내가 난다. 지치고 지친다. 세상만사가 다 귀찮다. 사시사철 먹어왔던 것들이다. 뭔가 시원하면서도 뒤끝까지 개운한 것을 먹고 싶다. 바로 이럴 때 어울리는 최고의 보양식이 있다. 여름에만 맛볼 수 있는 생선 민어다. 과일도 제철과일이 최고이듯 생선도 제철 생선이 보약이다.
<자산어보(玆山魚譜)>를 쓴다. 정약전은 <자산어보>에서 '민어는 흑산도 바다에는 희귀하나 간혹 수면에 떠오르고 간혹 낚아서 잡는다. 나주(羅州)의 여러 섬 이북에서는 5~6월 그물로 잡고, 6~7월 낚시로 잡는다'고 하였다. 나주의 이북 섬이 바로 신안군 임자도와 영광군 낙월도다. 예전에는 임자도 전장포에 파시가 열려 그 곳으로 모였으나 지금은 지도 송도위판장으로 인근의 모든 민어가 밀려든다. 민어 1㎏에 2만5천원에서 3만5천원 사이에서 거래된다. 날 것이나 익힌 것이나 모두 좋고 말린 것은 더욱 몸에 좋다.…알주머니는 길이가 수 자에 달한다. 젓갈이나 어포가 모두 맛이 있다'고 하였다. 모든 생선이 그렇듯 민어도 산란기가 가장 맛있다. 7~9월이 되면 민어는 람사와 유네스코가 공인한 신안군의 청정갯벌과 임자도 전장포 인근 모래톱을 회유하며 황석어와 게, 새우 등으로 몸을 살찌운다. 큰 것은 1m가 넘는다. 간혹 물위로 고개를 배꼼이 내밀고 '부~욱 부~욱' 부레를 진동시켜 사방으로 자신의 존재를 알린다. 이 소리가 울려 퍼지면 미식가들은 애가 탄다.
도심은 날로 공동화되고 있는데 민어의 거리는 늘 인산인해다. 역시 목포는 항구다. 사진작가 유현호 선배와 함께 공선옥 소설 <영란>의 실제 주인공이기도 한 영란씨가 운영하는 횟집을 찾았다. 이제 영란씨는 서른 살이 아니다. 벌써 이순(耳順)이다. 살이 푸석거리지만 수컷은 육질이 찰지고 단단하며 고소하다. 민어는 버릴 것이 없다. 지느러미와 가시를 빼곤 다 먹는다. 부위별로 알고 먹으면 한 번 먹고 백가지 풍미를 즐길 수 있다.
민어의 백미는 배진대기라고 부르는 뱃살이다. 껍질과 지방, 육질로 이뤄진 삼겹살로, 단단하고 기름진 것이 다른 부위에 비해 묵직하고 깊은 맛이 난다. 이름처럼 옛날에는 최고의 천연 접착제인 아교의 재료로 쓰였다. 민어가 물 위로 고개를 내밀고 내는 '부~욱 부~욱' 소리는 부레의 팽창으로 인한 것이다. 껌 한통을 통째로 씹은 듯 입안에서 씹히는 식감이 이색적이다. 신안 천일염에 참기름 부어 섞은 소스에 찍어 먹는다. 아가미도 한 몫 한다. 아가미를 칼로 다진 다음 역시 다진 마늘과 고추를 양념과 버무려 먹는다. 살구꽃인양 연분홍 속살을 살랑거린다. 육질이 찰지고 쫀득쫀득하지만 입안에 들어가면 솜사탕처럼 사르르 녹는다.
민어의 탕은 탕 중의 으뜸이다. 전라도에서는 우럭과 돔, 보양탕도 민어탕 다음으로 친다. 여름에는 민어의 '부레', 겨울에는 홍어의 '애'가 최고의 탕을 만드는 식재료다. 신안군 임자도에는 상사병에 더위까지 먹어 죽어 가던 총각이 민어 지리탕을 먹고 벌떡 일어났다고 전해진다. 여름더위에 기운을 차리지 못하는 노인들이나 성장통을 겪고 있는 아이들에게 특히 좋다. 일찍이 전라도에서는 산모들의 산후조리에 민어를 고아 먹였는데 자궁을 빠르게 출산 전으로 되돌린다고 한다. 몸은 보하고 살은 찌지 않은데다 피부미용에 탁월하기 때문에 여성들의 선호도가 높다.
소스는 된장과 고추장을 섞은 양념장과 겨자와 초장 등이 다양하게 쓰이나 전라도 사람들은 시골된장에 참기름과 깨를 얹어 먹는다. 버무리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자신의 향을 드러내는 다른 소스와 달리 된장은 민어를 만나면 자신을 숨기고 회의 맛과 향을 드러나게 한다. 어지럽고 시끄러운 소식으로 '진' 빠지는 여름, 세상 사람들이 목포사람들이 추천하는 백성들의 생선 민어(民魚)로 제대로 기 충전해 건강한 여름나기를 했으면 좋겠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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