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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 팝 한국에 알린 명DJ… 대중음악 ‘큰별’지다

joyhome 2013. 5. 31. 20:08

서구 팝 한국에 알린 명DJ대중음악 큰별지다

 

이종환씨 폐암으로 별세

 

라디오 DJ 이종환 씨가 30일 오전 서울 노원구 하계동 자택에서 폐암으로 별세했다. 향년 76. 고인은 2011년 폐암 진단을 받고 서울대병원에서 치료를 받다 열흘 전부터 자택에서 지내왔다.

 

고인은 음악다방 DJ로 활동하다 1964MBC 라디오 PD로 입사했다. 1970년대 별이 빛나는 밤에’, 1980년대 이종환의 밤의 디스크쇼를 진행해 큰 인기를 얻었다. 이후 이종환 최유라의 지금은 라디오 시대’ ‘이종환의 음악살롱으로 인기를 이어갔다. 1996년에는 20년간 MBC 라디오 진행을 한 이에게 주는 골든마우스 상을 최초로 받았다.

 

그는 음반·공연 기획자로도 한국 대중음악사에 족적을 남겼다. 1973년 서울 종로2가에 음악감상실 쉘부르를 열었다. 대학 캠퍼스나 음악 감상실에서 연주하던 아마추어 포크 가수를 발굴해 무대에 세우고 음반 취입을 주선해 프로 데뷔의 길을 열어줬다. 김세화, 남궁옥분, ‘쉐그린’, ‘어니언스’, 위일청, 주병진, 허참 등이 이종환 사단으로 불렸다.

 

DJ 김광한 씨는 동아방송 최동욱 씨와 함께 한국 1세대 DJ로 후대에 영향을 줬다. 최 선배가 영어를 많이 쓰며 서구식 진행을 했다면, 고인은 노랫말이나 제목을 한국어로 풀어 소개하며 팝을 한국에 토착화하는 데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MBC 라디오에서 고인과 20년 이상 함께 근무한 DJ 김기덕 씨는 한번 마이크를 잡으면 엄청난 집중력으로 청취자에게 모든 에너지를 쏟는 열정이 대단했다고 회고했다.

 

최규성 대중음악평론가는 자기 세계가 강하고 범접하기 힘든 카리스마를 지니고 있었다. 늘 담배를 물고 화난 듯한 표정을 했지만 열정은 엄청났다고 말했다. 송창식, 윤형주, 김세환, 이수만, ‘4월과 5을 데뷔시키고 1960년대에 서구 팝을 알린 선구자였다. 방송, 음반 기획과 제작, 공연 기획, 라이브 클럽 문화를 두루 지휘한 1970년대 대중음악의 보스였다고 평가했다.

 

고인과 가까웠던 사람들은 과묵하고 냉철해 가까워지기 힘들지만 속정이 넘쳤던 이로 기억했다. 남궁옥분은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셔서 그를 아버지라 부르며 40년간 따랐지만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거리를 유지하셨다데뷔를 도와주신 쉘부르시절부터 최근까지 앞에서는 차가워 보여도 당사자가 없는 자리에서는 칭찬을 하는 분이었다고 기억했다.

 

고인의 마지막 방송인 tbs FM ‘이종환의 마이웨이제작진이었던 권혜진 방송작가는 말이 없고 차가워 보여 오해하는 사람도 있지만 사실 낯가림이 심한 데다 귀가 어두워 사람 대하기를 피한 면도 있다면서 “2시간 방송을 위해 46시간을 선곡에 쓰는 철저한 준비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막바지에 목소리가 안 나와 방송이 어렵다. 다른 진행자를 찾아보라고 하셨는데 이렇게 큰 병이 될 줄 몰랐다고 전했다.

 

그는 진행자로서 굴곡도 경험했다. 2002지금은 라디오 시대에서 자신을 비난한 청취자에게 폭언해 DJ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듬해 이종환의 음악살롱에서는 음주방송으로 진행자 자리를 내놨다. 20054이종환의 마이웨이로 복귀한 뒤 지난해 11월 건강상의 이유로 하차했다.

 

CBS ‘김광한의 라디오스타는 추모의 뜻으로 이날 오후 방송을 이종환의 밤의 디스크쇼시그널 음악으로 시작했다. MBC 라디오는 31일부터 지금은 라디오시대와 특집 다큐멘터리를 통해 고인을 추모한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장지는 충남 아산. 유족으로는 부인 성성례 씨와 13(한열 효열 효선 정열)가 있다. 발인은 다음 달 1일 오전 630.

 

http://news.donga.com/3/all/20130531/55537070/1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