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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 대선판 `역술 마케팅` 바람

joyhome 2007. 11. 30. 10:50

혼돈의 대선판 `역술 마케팅` 바람

 

후보자간 토론과 정책경쟁이 실종된 대선판에 최후 승자를 점쳐보는 역술이 '득세'하고 있다.

여론조사라는 과학적 판세분석 기법이 정착화돼 있기는 하지만 워낙 판이 어수선하고 불가측한 흐름을 보이는 탓에 각 후보캠프 주변에서는 역술에 근거한 예언과 점괘들이 끊이질 않는다.

이처럼 역술이 횡행하는 데는 각 후보측의 답답하고 불안한 심리상태가 반영된 측면도 있지만 그보다는 역술과 점괘가 갖는 '구전효과'를 이용해 판세변화를 꾀하려는 고도의 선거마케팅 전략의 성격도 무시할 수 없다는 시각이 나온다.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는 역술에 신경을 쓰지 않고 않지만 캠프 주변에서는 '음력 11월이 되는 12월초에는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이 급락하면서 판이 흔들리고 결국 정동영이 당선된다'는 역술가들의 예언이 줄기차게 나돌고 있다.

공교롭게도 12월초는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BBK 의혹 수사결과 발표가 예정돼있고 최근 정 후보의 지지율도 오름세로 반등하는 기미를 보이고 있어 이 같은 예언에 주목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편이다.

한 측근은 "과거 노태우 전대통령 구속과 2002년 월드컵 때 한국팀 성적을 정확히 맞춘 종로의 한 유명 역술인이 정 후보의 승리를 지속적으로 주장하고 있고, 전국적으로 역술인의 대다수가 정 후보의 당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지역당에서는 '정감록' 등 역술에 근거해 정 후보의 필승을 예고하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지역언론에 뿌리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는 독실한 기독교인이어서 역술에 관심을 두고 있지 않지만 측근들은 은근히 이 후보가 군주의 운을 타고 났다는 점을 주장하고 있다.

뱀띠로 쥐의 달에 태어났기 때문에 먹이를 구하러 멀리 갈 필요가 없고, 뱀의 독과 쥐의 은밀성이 겸비돼 첨단과학시대에 국방을 책임질 능력이 있다는 게 역술가들의 말을 인용한 이 후보측 주장이다.

올해 11월과 12월 이 후보의 운이 그다지 좋지는 않지만 측근들의 운이 좋아 이를 극복할 수 있다는 얘기도 있다. 한 측근은 "운세대로라면 경선에서 박근혜 전 대표를 이길 수 없었지만 이 후보는 의지로 운을 만들어나간다"고 자랑하기도 했다.

당 선대위 산하 직능정책본부에서 무속인을 비롯한 기타 종교를 담당하는 제4종교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두언 의원은 "역술인들은 여론을 만드는 힘을 갖고 있기 때문에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무소속 이회창 후보 캠프에서는 '돼지가 뱀을 잡아먹는다'는 점풀이가 회자되고 있다. 역술상 돼지가 뱀의 천적이라는 점에서 돼지띠인 이 후보(1935년생)가 뱀띠인 한나라당 이명박(1941년생),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1953년생) 후보를 누르고 당선될 것이란 해석이다.

한 측근은 "이 후보가 97년, 2002년과 달리 올해는 관운이 꽃피는 사주"라며 " 부인의 운세도 남편의 성공을 돕는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 후보가 지난 6~7월 충남 예산의 선대묘 9기를 이장한 것을 놓고도 대선출마를 앞두고 풍수지리에 따라 명당을 찾아 옮긴 것 아니냐는 해석이 끊이질 않고 있다.

민주당 이인제 후보는 올해 정해년이 60년만에 돌아오는 붉은 돼지해라는 점에서 '대운(大運)'을 점치는 역술인들이 많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후보측 관계자는 "이 후보 본인이 붉은 돼지 띠이고 12월19일이 정해일이라서 이 후보가 된다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며 "유명 역술인들이 올해를 '해중갑목'(亥中甲木.돼지 해의 큰 나무)의 해라고 일컫는데, 이는 돼지 띠에다 '나무 목'(木)자 들어간 이(李)씨 성을 쓰는 인물이 운이 좋을 것이라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 캠프 주변에서는 모 역술인이 한 주간지에 기고한 '정통 명리학으로 풀어본 대선후보 운명'에서 "하늘이 문국현 후보에게 운을 줬다"며 "운만 놓고 보면 문국현 후보는 100점"이라고 주장했다는 얘기가 나돈다.

이처럼 대선정국에서 역술이 판치는 데는 '역술수요'가 많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는 시기적 요인도 작용하고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총선 출마예상자들로 점집 앞이 문전성시라고 한다"며 "총선 출마시의 당락 여부는 물론 대선후보들에 대한 점괘를 같이 물어보고 있어 역술정치가 증폭되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2007.11.30 10:17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