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장/한반도 대운하

“물길이 절실”, “땅길로 충분”… 경제논쟁 시발점

joyhome 2008. 1. 12. 19:17
“물길이 절실”, “땅길로 충분”… 경제논쟁 시발점
 

《한반도 대운하 건설 논란의 경제적인 쟁점은 크게 3가지로 요약된다. 구체적으로 보면 △현재 한국의 물류체계에서 과연 운하가 필요한지 △운하를 만들면 육상운송의 물동량이 분산되고 내륙 개발이 활성화되는지 △운하 건설 재원으로 충당하려는 골재량은 충분한지 등이다. 그런데 찬반 양측은 각각의 물음에 상반되는 답을 내놓으면서 팽팽히 맞서 있다.》
 

1. 현재의 물류체계 인식부터 판이

 

“물동량 수송 도로 한계”

“고속 비율 세계수준”

 

운하의 필요성은 현재의 한국 물류체계에 대한 평가에서부터 시작된다.

찬성 측은 “한국은 도로의 수송점유율이 매우 높아 도로가 포화상태에 이르렀고 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엄청나 운하 건설을 통해 물류체계를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찬성 측은 한국교통연구원의 ‘국가물류비 산정 및 추이 분석’ 자료를 인용해 2001년 87.83% 수준이던 도로의 수송점유율이 2004년 90.35%로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비슷한 시기 독일과 미국의 도로 수송점유율이 각각 70%, 65.9% 수준인 점과 크게 대비된다는 얘기다.

찬성 측은 물류가 과도하게 도로에 의존한 결과 2005년 도로 혼잡비용이 24조 원에 달했고, 도로를 보수하는 비용이 연간 2조 원이 넘기 때문에 운하가 가장 유력한 대안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반대 측은 “도로의 수송점유율이 높다는 점을 반대로 해석하면 국내에서는 도로가 다른 운송수단에 비해 물류경쟁력이 뛰어나다는 방증”이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한국의 도로교통 체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회원국 가운데 중상위권에 속한다”고 반박한다.

반대 측이 인용한 한국교통연구원의 ‘국제비교를 통한 적정 SOC 스톡 및 투자지표 개발연구’에 따르면 한국은 2002년 현재 도로연장이 9만6000km로 OECD 30개 회원국 중 19위, 인구당 도로연장은 30위로 낮은 수준이지만 물동량과 물류비를 연계해 도로의 질()을 나타내는 총도로연장 대비 고속도로 비율과 총도로연장 대비 국토 비율은 각각 2위, 10위를 차지했다.

지역간 물류이동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고속도로 비율은 세계적인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2.“물동량 흡수 효과” vs “물동량 흡수 미미”

“철도보다 운송비 저렴” “시간 많이 걸려 외면”

 


운하가 지닌 1차적인 기능이 화물 수송이란 점에서 운하를 통과할 물동량도 운하의 경제성을 판가름하는 중요한 기준이다.

반대 측은 “화주()들이 운송수단을 선택하는 기준은 ‘운송비’와 ‘운송시간’”이라며 “경부운하는 도로나 철도는 물론 바다운송에 비해서도 운송비와 운송시간 면에서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평가 절하했다.

수만 t급 화물선이 다니는 바다운송은 한꺼번에 많은 화물을 실을 수 있기 때문에 2500∼5000t급 선박이 다니는 경부운하보다 단위수송비가 싸고 부산과 인천을 오가는 연안운송(28시간)이 경부운하(32시간)보다 빠르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찬성 측은 “시멘트와 철재, 모래 등 멀리 보내는 무거운 화물은 운송시간보다는 운송비가 중요한 기준”이라며 “경부운하는 도로와 철도에 비해 느리지만 운송비가 싸기 때문에 1억1500만 t(2004년 기준) 규모인 연안수송 물량의 10% 이상을 흡수할 수 있다”고 맞섰다.

또 내륙의 공단에서 만들어진 생산품을 ‘하해겸용선’(바다와 강을 동시에 운항할 수 있는 배)을 통해 운하로 수송하면 가까운 중국과 일본 등과의 교역에서 물류비가 절약된다고 주장한다.

 

3. “수익성 골재 충분” vs “만족할 수준 아니다”

“골재로 8조 조달 가능” “경제성 있는 골재는 4조”

 


이명박 당선인 측은 경부운하 건설에 들어가는 총비용 16조2863억 원 가운데 강바닥을 준설해 얻는 골재를 팔아 8조3432억 원을 충당하겠다고 밝혔다. 찬반 양측은 골재판매 수익 산정에서도 4조 원가량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찬성 측에서 경부운하의 경제성을 분석한 곽승준(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획조정분과위원)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수자원공사와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의 자료를 인용해 개발 가능한 총골재량을 8억3432만 m³로 추산했다.

한강과 낙동강 본류 구간의 경우 채취 가능량은 개발 가능량의 90%(2006년 국토연구원 물류체계구축방안연구 최종보고서 근거) 수준이지만, 운하 건설 중 지천의 수로를 정리하면서 나머지 10%를 보충할 수 있기 때문에 전체를 채취 가능량으로 볼 수 있다는 논리다.

곽 교수는 1m³당 골재 가격을 1만 원으로 잡고 골재 채취를 통해 8조3432억 원을 마련할 수 있다고 계산했다.

이에 대해 반대 측은 “이 당선인 측이 골재량을 부풀렸다”고 반박한다. ‘건설교통부 2006년 건설경제업무편람’을 인용해 채취 가능한 골재량은 개발 가능량의 51%를 적용해야 한다며 4억2550만2690m³를 채취 가능량으로 산정해야 한다고 맞섰다. 이렇게 되면 골재판매 수익은 4조2550억여 원에 그친다.

 

4.“내륙개발 활성화” vs “내륙개발과 무관”

“항구 생겨 입지 개선” “지역 개발 도움 안돼”

 

찬성 측은 “경부운하는 일자리를 창출하고 침체된 내륙을 발전시키는 경제활성화 프로젝트”라며 “경부운하 건설 기간 30만 개, 이후 운영 기간 22만 개 등 총 52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대구와 광주 등 내륙에 대형 항구가 생기면 내륙의 산업입지를 크게 개선해 경제회생의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반대 측은 “공사 기간 중 창출된다는 일자리 30만 개는 건설 기간이 지나면 없어진다”며 “독일의 경우 내륙수로 전체를 운행하는 화물운송선과 관련된 고용인원은 선박종사자와 지상근무자를 합쳐 1964년 3만 명 수준에서 최근에는 7600여 명으로 계속 감소하고 있다”고 반박한다.

또 한국을 포함해 미국, 일본, 중국 등 세계적으로도 주요 산업단지가 바닷가에 집중적으로 조성된 것만 보더라도 내륙 항구의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대 측은 현 정부에서 추진된 기업도시 등의 사례에서 나타났듯 낙후지역 발전이라는 본래 목적과는 달리 부동산 투기가 일어나 지역을 외지인들의 투기장으로 전락시키는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 밖에 운하가 한국 지형에 적합한지에 대해 반대 측은 “국토의 70%가량이 산악지대이고 강수량의 계절적 편중이 심해 배가 항상 다닐 수 있을 정도의 수량을 확보하고 수심을 유지하기가 어렵다”고 주장한다.

찬성 측은 “강수량의 계절적인 편중이 심하기 때문에 오히려 운하가 필요하다”며 “운하가 완성되면 보()를 통해 수위를 조절하고 홍수도 막아 연중 일정한 수량을 유지할 수 있다”고 반박한다.

이태훈 기자

 


 

▼돈줄 쥔 금융-건설업계 “수익성 있어야…” 신중▼

 

“정부 재정을 한 푼도 들이지 않겠다.”(대통령직인수위원회)

“손해 볼 우려가 있으면 투자하지 않겠다.”(A자산운용 투자담당 임원)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민간 자본으로 추진하려는 경부 대운하 계획과 관련해 인수위와 민간 사이에는 큰 시각차가 있다. 정부는 100% 민자로 대운하를 짓겠다지만 돈을 댈 금융계나 건설업계는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으면 곤란하다”며 조심스러운 태도다.

사업 규모가 워낙 커 손실이 생기면 회복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 민간자본 “수익성 검증돼야”

경부 운하의 사업 방식은 정부의 재정 부담이 없는 ‘민간 제안 BTO(Build-Transfer-Operate)’ 방식이 될 것 같다. 민간이 자기 돈으로 공공시설을 지어 일정 기간 운영해 투자비를 뽑는 방식이다. 민간이 투자비를 회수하지 못해도 정부는 책임지지 않는다. 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입이 당초 예상보다 적으면 정부가 재정으로 일정 비율을 보상해 주는 ‘최소운영수익보장(MRG)’ 제도가 2006년 폐지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익성에 대한 확신이 서야 민간 투자가 이뤄질 수 있다. 건설업체는 최초 사업제안서를 만들 때, 금융회사는 사업자 선정 후 최종 계약 때 각각 별도의 전문기관을 통해 사업성을 확인한다. 정부도 제안서를 검토할 때 한국개발연구원(KDI) 등을 통해 사업성을 따진다. 이런 검토 과정에서 부정적 결론이 나면 사업은 제대로 추진되기 어렵다.

금융권과 건설업계는 “BTO 방식을 적용하면 투자 유치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공사 하청에 관심이 있는 중소 건설업체들은 대형 국책사업에 따른 수주 증가를 향유하면 그만이지만 사업 주체가 될 대형 건설사는 사업 위험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 “세계적 신용평가사의 진단이 필요하다”

 

민간 투자의 열쇠는 사업비의 95% 정도를 대는 은행, 펀드 등 금융권이 쥐고 있다.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전문 펀드를 운영하고 있는 A자산운용 관계자는 “무디스나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같은 세계적 신용평가회사에 사업 타당성 분석을 의뢰해야 한다”고 말했다. 분석 능력도 문제지만 대운하는 정권 차원에서 추진하는 사업이므로 국내 기관의 사업성 분석을 믿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

사업성 입증이 확실하게 이뤄지면 민자 유치는 어렵지 않다. 발해인프라, 코리아인프라 등 국내 SOC 전문 펀드 규모는 4조6000억 원 정도. 이들이 총사업비의 20∼25%인 초기 자본금을 투자하고 나머지는 시중 은행이 맡을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추부길 당선인 정책기획팀장은 최근 “대운하와 관련해 중동, 독일 등 여섯 곳에서 투자 의사를 밝히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사모()펀드인 외국자본이 연간 15% 수준의 수익률을 보장해 줄 것을 요구하는 사례가 많아 외자 유치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 민자 유치의 조건이 핵심

 

건설업계는 수익성을 높이는 방안으로 각종 부대사업과 정부의 현물 출자를 거론하고 있다. 민간 사업자에 터미널 운영이나 주변 택지 개발 등 부대사업을 할 수 있게 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

현대건설 사업개발실 차승용 부장은 “수익성 예측이 어려운 만큼 결국은 특별법을 통해 수익을 보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B은행 관계자는 “정부가 손실 보전을 약속하지 않고도 민자를 끌어들일 수 있어야만 사업성이 있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은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