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운하로 환경개선 하겠다고? 잠꼬대 같은 소리 집어치워라"
[[오마이뉴스 김병기 기자]
"대운하로 환경 개선하겠다고? 잠꼬대같은 소리 당장 집어 치워라."
서울대 경제학부 이준구 교수가 15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격문을 통해 이명박 당선인의
'한반도 대운하 공약'을 강도높게 비판해 파문이 일고 있다.
대형국책사업의 타당성 평가에 참여해 온 이 교수는 '걱정이 앞서는 대운하 사업' 제하의 글에서 "대운하사업을 통해 환경이 더욱 개선될 것이라는 이 당선자 측의 주장은 가소롭기 짝이 없다"면서 "멀쩡한 강에 갑문을 만들고 멀쩡한 산에 수로 터널을 만들겠다는 발상은 시대착오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대선 승리=대운하 지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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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교수는 또 이 당선인이 지난 14일 신년기자회견을 통해 "민간자본으로 추진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정부 스케줄이 없다"고 말한 것을 겨냥한 듯 "한마디로 가소로운 논리가 아닐 수 없다, 경제학의 '경'자라도 아는 사람이면 그런 무식한 말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일갈했다.
이 교수는 "지난 대선 결과가 대운하 사업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하찮은 자존심 때문에 전망이 불투명한 사업에 정치적 운명을 거는 것은 이 당선자가 내걸고 있는 실용주의와도 정면으로 상반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이명박 운하' 사업을 도박에 비유하기도 했다.
그는 "이제 국정을 책임지게 된 상황에서 체면이나 사소한 이득을 위해 위험스런 도박을 감행하는 것은 합당한 일이 아니다"면서 "만약 이 일로 인해 국론 분열이란 비극이 초래된다면 앞으로 임기 내내 이 문제로 발목을 잡힐 것은 물론 역사의 준엄한 심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일갈했다.
이 교수는 이어 "물류 촉진을 위해 운하를 판다는 것은 이와 같은 시대적 흐름에 역행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면서 "경제구조 선진화를 위해 우선적으로 착수해야 할 일이 너무나도 많은 상황에서 운하 파는 일에 집착하는 것은 경제의 시곗바늘을 거꾸로 돌리겠다는 말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A4용지 10여쪽 분량의 장문에서 '이명박 운하'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그는 우선 다수결에 기초한 대의민주주의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즉, "어떤 후보가 전 국민의 50% 이상의 지지를 얻어 당선되었다 하더라도 각 개별공약에 대한 지지도는 50% 수준을 훨씬 더 밑돌 수 있다"면서 "선거에서 이겼다는 사실이 모든 공약을 그대로 실천해도 좋다는 백지수표가 발행되었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민자 추진? 경제학 '경'자도 모르는 무식한 소리"
그는 이 당선인측이 제시하고 있는 경제적 타당성 분석 평가에 대해 부풀렸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이 당선자 측의 평가에 따르면 대운하사업에서 기대되는 편익이 소요 비용의 2.3배에 이른다고 한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망설이지 말고 지금 당장 땅을 파기 시작해야 마땅한 일이다.
이렇게 수익성이 좋은 공공사업을 즉각 시작하지 않는 것은 범죄적 행위에 해당될 수 있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평가 결과가 이렇게 좋게 나온다는 사실 그 자체가 그 평가의 신빙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 온갖 방법을 동원해 편익을 부풀리고 비용을 줄여서 계산했으리라는 것을 짐작하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중략) 쓰레기통에 버려져야 할 평가보고서의 망령이 두고두고 발목을 잡는 일이 생길 수 있음에 유념해야 한다."
그는 또 경제구조의 변화를 직시하라고 충고했다.
"물류 그 자체의 성격도 비용보다 시간이 점차 중요한 요소가 되어가는 추세로 바뀌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국제무역의 경우에도 운임이 해상운송보다 몇 배나 비싼 항공운송 쪽을 선택하는 사례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대운하사업을 추진하는 측이 아무리 애를 써도 감출 수 없는 하나의 분명한 사실이 있다.
그것은 운하를 통한 운송에 소요되는 시간이 다른 수단에 의한 소요시간보다 엄청나게 더 클 것이라는 사실이다. 시간을 중요하게 여기는 업체들의 입장에서 볼 때 운하로 인한 비용절감 효과는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한다."
경부운하를 민자로 유치하겠다는 이 당선인 주장의 허구성도 고발했다.
"한마디로 말해 가소로운 논리가 아닐 수 없다. 경제학의 '경' 자라도 아는 사람이면 그런 무식한 말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운하사업을 반대하는 사람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그것이 가져올 환경피해다. 그러나 대운하사업에 참여하는 민간업자의 입장에서 볼 때는 환경피해가 발생해도 자신의 수익성에 아무런 영향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그 사업으로 인해 아무리 큰 환경피해가 날 것이 예상된다 해도 민간업자의 참여 여부의 결정에는 아무 상관이 없는 것이다. 민간업자가 자발적으로 참여한다고 해서 그 사업이 사회적 이득을 가져온다는 것이 자동적으로 입증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는 마지막으로 "이 당선자 측이 대운하사업과 관련해 계속 강경한 태도로 나오는 것은 스스로에게 불리한 전략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이를 통해 일종의 정치적 도박을 하고 있는 셈인데, 그 도박의 승산이 지극히 낮기 때문"이라고 일축했다.
한편 이 교수의 홈페이지는 접속자가 폭주해 다운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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