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장/재테크

벌기는커녕 돈만 떼가는 '몹쓸 펀드 100개'

joyhome 2008. 3. 12. 10:34

벌기는커녕 돈만 떼가는 '몹쓸 펀드 100개'

 

수익보다 수수료가 더 나가는 '불량펀드' 추적해 보니 일본 등 해외 주식형 펀드가 대부분

"하반기쯤 이머징 마켓으로 갈아타고 3~4회로 분할 매도가 안전"


회사원 최석구(41·S제약 부장)씨는 요즘 눈뜨고 속는 기분이 들어 억울하기 짝이 없다.

베트남펀드에 넣은 원금이 30%나 깎여 엉망인데도 수수료는 꼬박꼬박 떼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당장 환매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지만, 5년 환매제한에 걸려 있어 결정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미국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사태 여파로 세계 주요국 증시가 침체를 거듭하면서 펀드 투자로 쓴맛을 보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11일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이날 기준으로 지난 1년간 펀드 농사를 짓고도 펀드 수수료조차 못건진 펀드가 100개나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펀드는 각종 수수료와 보수 등을 감안한 연간 수익률이 주식형 펀드의 수수료 등 평균 운용비용(연 2.1%)에 크게 못 미쳤다. 투자자 입장에선 '배'보다 '배꼽'이 큰 셈이다. 손해본 투자자들은 "약세장에선 단 1% 수익률이라도 아쉬운데, 수익도 내지도 못한 회사에 수수료는 그대로 줘야 하니 억울하다"고 하소연한다.

◆수수료도 못 건진 펀드 수두룩

배(수익률)보다 배꼽(비용)이 커서 투자자들을 울린 펀드는 대부분 해외 주식형 펀드였다. 이들 펀드는 연 수익률이 2% 미만이어서 각종 펀드 비용(수수료와 운용보수 등)을 제하고 나면 남는 게 없었다. 이들 펀드 가운데
일본펀드가 35%를 차지해 압도적으로 많았다. 베트남펀드, 해외리츠(부동산)펀드, 럭셔리펀드, 헬스케어펀드, 글로벌주식펀드 등도 본전을 까먹었다.


일본펀드 중에선 '우리CS일본스몰캡주식'이 마이너스 39.66%로 지난 1년간 가장 큰 손실을 냈다. '잃어버린 10년'을 딛고 회복될 줄 알았던 일본의 민간 소비가 오히려 부진에 빠지고, 성장세마저 둔화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 총비용이 연 2.774%인 '한국월드와이드베트남적립식혼합1'은 마이너스 32.36%로 세 번째로 큰 손실을 냈다. 한국운용 관계자는 "경기 부양책을 써왔던 베트남 정부가 인플레이션 우려 때문에 긴축으로 선회하자, 개인 투자자들의 실망 매물이 쏟아져 지수가 급락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월드와이드럭셔리종류형P-1(C), 우리CS글로벌럭셔리주식1클래스C1, 기은SG링크럭셔리라이프스타일주식자C1 등 럭셔리펀드도 '마이너스 장사'를 했다. 글로벌주식펀드 역시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시장 투자 비중이 절반 이상이어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악재에 휘둘렸다.

◆어떻게 해야 하나

3~4개월도 아니고 1년이나 성과를 지켜봤는데 본전은커녕 수수료도 못 건진 상태라면 투자자 입장에선 조급해질 수밖에 없다. 펀드는 장기투자해야 한다는데 그냥 들고 있으면 되는 건지 궁금해진다. 전문가들은 하반기(7~12월) 세계 증시의 회복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펀드별로 전략을 달리 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시장 상황이 바뀌었으면 펀드 갈아타기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한조
우리투자증권 과장은 "일본, 유럽 등 선진국 펀드는 더 악화될 가능성은 낮지만, 그렇다고 해서 앞으로 시장을 주도하진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수익률이 어느 정도 회복되길 기다렸다가 고성장이 기대되는 이머징 마켓(동유럽, 러시아 등) 쪽으로 갈아타는 전략이 유효하다"고 조언했다. 다만 요즘처럼 증시 격변기에는 환매를 하더라도 한꺼번에 하지 말고 적립식펀드처럼 3~4회로 나눠서 분할 매도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충고했다.


[이경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