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장/재테크

주식형펀드→특판예금 ‘돈의 회귀’ 시작됐나

joyhome 2008. 1. 15. 23:16

주식형펀드→특판예금 ‘돈의 회귀’ 시작됐나

                                                                                               한겨레|기사입력 2008-01-15



[한겨레] 15억원대 금융자산을 가진 박아무개(55·자영업)씨는 최근 만기가 된 은행예금 7억원을 다시 정기예금에 집어넣었다. 애초에는 주식형 펀드에 투자할 생각이었지만 최근 주식시장이 불안한 움직임을 보이자 생각을 바꿨다. 30억원 자산가인 이아무개(75·은퇴)씨는 최근 국내외 주식형 펀드에 넣어놓았던 5억원을 모두 환매해 은행 특판예금에 집어넣었다. 이씨는 “주식시장이 출렁거려 자꾸 신경을 쓰는 게 싫다”고 말했다.

새해 들어 시중 자금의 흐름이 바뀌고 있다. 지난해 주식시장으로 밀려들어갔던 자금들이 예금이나 채권같은 안전자산으로 되돌아가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주식시장은 맥을 못추고 있는 반면 은행 예금금리는 7% 가까이 치솟았기 때문이다.

■ 특판예금 불티=외환은행이 2일부터 판매하기 시작한 ‘예스 큰기쁜예금’은 15일로 1조원 한도를 모두 팔아치웠다. 1천만원 이상 가입자에게 한시적으로 최고금리 6.7%(이하 만기 1년 기준)를 주는 상품이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에는 1조4천억원 파는 데 6개월이 걸렸다”며 “올해 들어 팔리는 속도가 다르다”고 말했다. 최고 6.7%를 주는 신한은행 ‘골드마우스 정기예금’도 지난 9일 이미 판매한도 5천억원이 소진됐고, 최고 7.0%를 제시한 수협도 15일까지 2천억원 한도를 다 팔았다.

국민은행이 7일부터 판매하기 시작한 최고 연 6.5%의 ‘고객사랑 정기예금’은 14일까지 1조1654억원이, 기본 6.62%를 주는 하나은행의 ‘고단위플러스 정기예금’에는 2~14일 2조5100억원이 유입됐다. 6.4%를 주는 농협 ‘큰만족 실세예금’에도 2~14일 1조5015억원이 들어왔다. 새해 들어 10영업일 동안에 모두 7조원 가까운 돈이 몰린 것이다.

■ 주식형 펀드 주춤=주식형 펀드는 여전히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힘은 떨어진 모양새다. 굿모닝신한증권이 집계한 국내외 주식형 펀드로의 순수 유입액(재투자분 제외)을 보면, 지난 10월 7조2848억원에서 11월 7조7462억원, 12월 3조3635억원, 1월 1조5733억원(1~13일)으로 둔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신용융자잔고도 새해 들어 1580억원이 감소했다.

반면 지난해 수익률 저조로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던 채권형 펀드는 회생의 기미를 보이고 있다. 장기 채권형 펀드는 여전히 감소세지만 단기 채권형 펀드는 연말에 비해 6520억원(13일 현재)이 늘어났다. 단기금리 수준이 높은데다 부동산시장, 주식시장이 가닥을 잡을 때까지 단기간 운용하고 싶은 자금들이 들어오고 있는 것이다. 대기자금이 머무는 머니마켓펀드(MMF)도 지난해 10조원이 감소했지만 1월 들어 2조5460억원(13일 현재)이 늘어났다.

■ 자금 어디로 갈까?=이런 흐름이 가속화될지는 결국 주가의 향방이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주가가 계속 하락한다면 안전자산 선호도도 높아질 것이다. 반면 주가의 장기 전망에 자신이 생긴다면 오히려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며 다시 한번 주식시장으로의 자금몰이가 시작될 수 있다. 양재성 우리투자증권 분당지점 PB는 “보수적 성향의 투자자들이 가장 먼저 돌아서고 있고, 주식형 펀드로 수익을 올렸던 공격적 성향의 고객들은 아직은 주식 쪽에 더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은행 명동PB센터의 김재욱 팀장은 “예전에는 은행예금이 만기가 되면 펀드로 갈아타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이제 은행에서 나오는 돈은 다시 높은 금리의 은행 상품으로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며 “2월까지 주식시장이 더 안 좋아진다면 예금이나 채권으로 더 많이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안선희 윤은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