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장/재테크

이러다 1000원? 환율 어떻게 대처할까

joyhome 2008. 2. 4. 09:49

[편집자주】

'초'를 다투며 피 말리는 머니게임이 벌어지는 글로벌 금융시장. 한시라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그곳은 정글이나 다름없습니다.

나무와 숲을 모두 볼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한 곳이기도 합니다. 통화전쟁이 벌어지는 현장의 이야기를 thebell이 엄선한 칼럼진들이 매주 돌아가며 전하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월드&FX스토리]]

환율이 많이 올랐다. 작년 10월만 하더라도 금방 900원을 깨고 880원, 860원, 820원… 이런식으로 환율이 추락하리라는 기대감을 여기 저기에서 접할 수 있었는데 불과 몇 달 사이에 환율의 고점이 960원이 될지 980원이 될지, 아니면 끔찍하게도(?) 네 자리 수의 환율을 잠시라도 구경할 수 있을 것인지가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필자의 경우 타고난 성격 탓인지 리포트나 칼럼, 방송 등을 통해 많은 사람들을 상대로 뭔가를 주장하는 경우에도 'PR(피할 것은 피하고 알릴 것만 알린다)'을 제대로못하는 편이다. 핵심이나 본질은 뒤로 숨긴 채 곁가지만 툭툭 치는 것이 도저히 용납이 안 되는 성격이다.

환율의 상승을 방금 '끔찍하다'고 표현했다. 수입업체나 달러수요가 있는 곳에는 당연한 얘기다. 그러나 상식적으로 수출업체들에게 환율상승(원화약세 혹은 원화절하)은 반가운 일이 되어 마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저 천수답 농사 짓듯 때가 닥쳐 네고(negotiation)하는 기업들을 제외하고 지난 수 년간 '
환리스크 헤지'에 나선부지런한 수출업체라면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불문하고 작금의 환율상승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 오히려 환율이 탄력적으로 튈수록 깊은 한숨을 토하는 곳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남들보다 더 고민하고 부지런하게 움직인 결과가 그저 세월 낚으며 보낸 곳의 결과보다 못하게 나타나고 있는 '서울 외환시장의 구조적 문제점'에 생각이 미치면 관전자의 입에서도 탄식이 새나오게 된다.

무엇을 두고 서울 외환시장의 구조적 문제점이라 일컫는가? 그것은 지난 2~3년간 시장 가격의 양??향 리스크를 인정하고 비드(bid)와 오퍼(offered)가 대등하게 겨루면서 결정된
환율이 아니었다는 데에서 출발한다. 다른 식으로 표현하자면 효율적 시장(effective market)이 아닌 곳에서 뭔가 '어색한' 가격(환율)이 형성되어 왔다는 것이다.

지난 3년여에 걸쳐 한국
금융시장은 예전과 많이 달라진 환경과 여건 하에서 정신 없이 내달려왔다. 적립식 펀드의 도입과 해외투자 열풍, 그리고 국내 (수출)기업들의 환리스크 헤지 단행은 증시와 외환시장에 혁명적 패러다임의 변화를 몰고 왔고 이는 스왑시장 및 채권시장에서 재정거래(arbitrage transaction) 기회를 상존하게 함으로써 예전처럼 경제지표 분석하고 펀더멘털 따져가면서 환율과 금리를 전망하는 사람들을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맥주 잔에 맥주 한 병을 다 부었다고 가정해보자. 거품은 넘쳐나 테이블 여기저기를 적시고 마실 맥주보다는 넘쳐서 버리는 맥주가 더 많다. 연말연초를 넘기면서 우리나라
금융시장이 겪고 있는 심한 '몸살'("주가가 왜 이렇게 빠지지?", "시중금리는그렇게 치솟다가 갑자기 왜 이렇게 밀리는거지?", "글로벌 달러약세는 여전한 것 같은데 원/달러, 원/엔 환율 등은 왜 이렇게 툭툭 치고 올라가지?" 등의 당혹스러운 의문들)은 어찌 보면 불가피한 통과의례일 수도 있다.

수식이나 도표 한 장 없이 몇 줄의 글로 서울 외환시장에서 출발한 구조적 문제점을 속 시원하게 설명하기는 어렵다. 거기에다 국가적 경사요 자랑거리인 조선업계의 세계 제패가 외환시장과 스왑시장, 채권시장에 이르기까지 숱한 왜곡을 야기하고 석유나 곡물 등을 외국에서 들여와야 하는 수입업체들 중 수출기업처럼 선물(환) 매수에 나서는 곳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까지 짚고 넘어가자면 할 얘기가 아주 많아진다. 다만 오늘 칼럼을 통해서 하고 싶은 얘기는 이렇게 시장이 급변하고 있고그 변화가 지난 몇 년간 경험해오던 것들과는 성격이 다르다는 판단을 내릴 만한 요인들이 많음에도 시장참여자들이 변화를 거부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부분 최적화'의 논리에 의해 일을 한다. 그것은 부분 최적화가 가장 쉽고 직관적이며 편하게 일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나름대로 정말로 열심히 일하고 효율을 극대화시킨 것 같은데도 회사의 발전에는 무엇을 기여한지 알 수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전체의 이익을 위해 부분의 효율을 희생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것인데도 오히려 전체를 희생하고 부분을 최적화하는 경우를 흔히 접할 수 있다. 조직 전체의 목적 달성과 성과창출을 항상 우선시하면서 '전체 최적화'의 관점에서 일하는 노력을 지속하지 않는다면 '효과성'이 전제되지 않은 상태에서 '효율성' 극대화를 추구하게 되고 기본과 원칙에서 벗어난 방법으로 일을 하게 될 것이다]

대학에서 OR(최적화모델) 시간에 복잡한 '최적화 이론'을 배우면서 나름대로 정리하기를 "지금까지의 선택은 잘못된 것이었다 하더라도 최종 결과에서 최적의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앞으로 남은 의사결정 과정에서나마 최선의 방법을 택하는 것이다"였는데 이것이 제대로 된 정리인가 싶어 인터넷에서 최적화 이론을 검색하다가 어떤 블로그에서 접한 글이다. 쓸데없는 부연설명이 없더라도 수출기업이 되었건 수입업체가 되었건, 엔화대출을 일으킨 시점의 원/엔 레벨이 얼마였건 간에 독자 여러분 나름대로 위 글이 재촉하는 바를 짐작하실 것이다. 다만 한가지 우려되는 것은 한국의 기업 문화 하에서는 예견이나 전망만으로는 안되고 실제 몸으로, 돈으로 때우고 나서야 변화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이진우 NH선물 기획조사부장 약력]

02년~현재: NH투자선물 리서치 팀장 및 기획조사부장
00년~02년: 농협중앙회 국제금융부 원/달러 트레이딩
95년~99년: 한화종합금융 국제금융부 딜링룸 헤드
90년~95년: 한국종합금융 국제금융부 외화대출및 딜링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