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장/맛있는 요리

시골서 한우로 월 2천만원 벌어요

joyhome 2008. 1. 19. 21:34

시골서 한우로 월 2천만원 벌어요

 

강원도 영월 한우촌 다하누
정육점서 고기 사 식당서 구워먹는 방식 값싸고 맛좋아
주말 전국서 5천명 찾아 외지인도 창업 가세…식당 22곳 운영중

 

최계경 NH그룹 회장
서울에서 2시간 거리를 달리면 강원도 영월군 주천면에 닿는다. 중앙고속도로 신림IC로 나와 톨게이트에서 가격이 저렴한 한우촌을 묻자 흔한 일이라는 듯 여직원이 바로 약도를 건네준다. 지난주 말 이곳을 찾았을 때는 눈 때문에 속도를 내기 어려웠지만 15분 정도 차를 몰자 마을이 나온다. 흔한 시골 마을이다. 그런데 같은 디자인으로 꾸민 간판을 단 가게가 많다는 게 특이하다. 이곳은 '다하누'라는 브랜드로 한우촌을 형성하고 있는 주천면 주천리. 오일장이 서는 장터를 중심으로 한우 정육점 세 곳과 식당 22곳이 자리 잡고 고객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300g에 8000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을 앞세워 지난해 8월 5개 점포로 문을 연 뒤 무척 빠른 속도로 점포 수가 늘어나고 있다. 손님도 많은 편이다. 평일에는 2000명, 주말에는 하루 5000명까지 몰리기도 한다. 싸고 맛있다는 소문에 전국 각지에서 손님들이 찾아온다. 요즘은 겨울이라 스키장에서 오는 고객들이 눈에 띈다.

돼지고기 전문점 계경목장, 갈비배달점 경복궁의아침 등을 경영하는 NH그룹 최계경 회장(43)은 지난해 자신의 고향인 영월에 한우촌을 형성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고향 지역주민들이 한우식당을 열어 수익도 올리고 또 한우식당 운영에 관심 있는 예비창업자들도 불러 모아 지역경제를 활성화시켜 보겠다는 계획이었다. 육류유통과 가공업을 해온 최 회장은 육류 유통단계를 대폭 줄여 한우 가격을 크게 내리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

최 회장은 정육점을 운영하며 고기를 공급하고 창업자들은 식당을 운영하면서 수익을 내는 형태다.

이곳 주천 다하누촌에서는 다양한 부위를 섞은 한우 300g(반근)을 8000원에 살 수 있다. 정육점에서 고기를 구매한 뒤 근처 식당으로 들고가 1인당 2500원씩 자릿값을 내고 구워 먹는 방식이다.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생선을 고른 뒤 식당에서 회를 먹는 방식과 비슷하다. 자릿값까지 친다해도 한 사람당 300g을 먹는다면 1인분(150g기준)에 5000원 정도 되는 셈이다. 식당 창업자들은 기본 자릿값과 찌개, 버섯구이 등 부가서비스에 대한 이익을 얻게 된다.

최 회장은 올해 안에 50개 점포까지 늘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부분 다하누 식당에서 한우구이 요리를 먹지만 요즘은 곱창, 육회 등 메뉴를 차별화한 매장이 늘고 있다.

본사도 매장별 차별화 전략을 더 적극적으로 펼칠 예정이다. 소머리수육전문점, 곰탕전문점, 육회전문점, 곱창전문점, 선지해장국전문점, 설렁탕전문점, 연탄구이전문점 등으로 매장별 개성을 불어넣는다는 전략이다.

처음에는 고향사람들도 저가형 한우전문점 창업이 성공할까 의심했지만 1년이 지난 지금은 함박웃음이다. 중국집 주인, 다방 주인 등 다양한 경력자들이 한우전문점을 열었다.

 
 
 
 
지금도 마을에는 간판을 바꿔달려고 공사를 벌이는 곳을 볼 수 있다. 주천면 주민뿐 아니라 요즘에는 타지에서 창업을 위해 이곳으로 옮겨오는 사람들도 있다.

사람 좋은 웃음으로 손님을 맞이하는 다하누 상하이점 박준철 사장(29). 이곳은 원래 중국집이었던 것을 리모델링했기 때문에 점포 이름이 상하이점이다. 이 매장은 현재 평일에는 하루평균 90만원, 주말에는 평균 250만원 매출을 올리고 있다.

한 달 수익(영업이익 기준)은 2000만원에 달한다. 박 사장은 "원래 중국집이었을 때 하루 5만원어치 팔기도 힘들었다. 하지만 다하누로 바꾼 뒤에는 매출이 수십 배로 늘어났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장모 소개로 한우전문점을 창업했다. 그의 장모가 다하누 주천점을 운영하고 있는데 장사가 잘된다며 창업을 권유했다. 덕분에 젊은 나이에도 시골마을에 남아 식당 운영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늘 청결한 매장을 유지하고 친절함으로 손님을 대하는 그는 본사가 선정해 주는 친절상을 받기도 했다.

주로 현지 주민들이 다하누 식당을 운영하고 있지만 요즘 외지인들도 창업 대열에 가세하고 있다. 한우촌 운영으로 지역 경기도 살아나고 외지 창업자들도 유입되면서 늘 인구가 줄던 주천면은 최근 인구가 늘어나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최 회장은 "다하누촌이 조성된 후 주천에는 인구가 조금씩 늘고 있다. 노인들만 많던 주천면 일대에 젊은 사람들이 되돌아 오기 시작했다. 실제로 35년 동안 인구는 매년 줄기만 했는데 다하누촌 형성 이후 월 10여 명씩 증가하고 있다"고 했다.

다하누 본사에서는 주천면의 경제인구 유입을 위해 주천면으로 주거지를 이동해 다하누 매장을 여는 사람은 가맹비용도 무료로 적용하고 인테리어비용도 50% 지원해준다.

외지에서 주천면으로 주거지를 옮겨 창업한 점주는 황병탁 행복점 사장(60), 최우희 중앙점 사장(43), 연정훈 주천가든점 사장(28) 등 3명이 대표적이다.

아들의 적극적인 권유로 다하누촌에서 행복점을 운영하는 황병탁 사장은 지난해 9월 울산에서 주천까지 왔다. 그는 젊은 시절에는 직장을 다녔고 이후 정육점, 식당 운영 등 다양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황 사장은 "고향은 경상북도 상주지만 이제는 고향을 떠나 강원도 영월 주천면에서 가족들과 함께 제2의 인생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다하누 매장을 열고 난 후 친절한 서비스로 월 매출 2000만원 이상을 올리는 등 매출 상위권 점포로 자리 잡았다.

중앙점의 최우희 사장은 다하누촌을 방문했던 오빠의 적극적인 권유로 지난해 12월 다하누촌에 부산물 전문점을 열었다. 서울에서 초등학교를 다니던 아들도 강원도 주천으로 전학시켰다. 지금은 남편과 함께 다하누 부산물도매센터를 운영하고 있는데 곱창, 천엽, 간 등 소 부산물을 모두 취급하고 있다.

강원도 영월 '주천 섶다리마을 다하누촌'에서 가장 나이 어린 사장인 주천가든점 연정훈 씨. 젊은 사람들은 일자리를 찾아 서울이나 도심으로 떠나고 있는 상황이지만 그는 거꾸로 꿈을 이루기 위해 주천으로 내려왔다. 사회생활을 하며 영업에 관련된 일을 하던 그는 장사를 하면서 자신만의 사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 왔다. 그리고 지난해 12월 강원도 영월행을 선택해 그 꿈을 이뤘다. 현재 직접 주천가든점을 운영하며 자신의 꿈을 하나하나 이뤄 나가고 있다.

[심시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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