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장/한반도 대운하

유럽 운하와 경부운하 (중)

joyhome 2008. 2. 19. 19:11
유럽 운하 2000㎞ 현장을 가다[중] 수자원 활용

물부족한 독일 마인강 도나우강 물길 돌려 효용 극대화
갈수기때 한국 낙동강 안정적으로 물공급할 시설 필요

독일 네덜란드 영국 등에서는 비가 부슬부슬 내린다. 유럽 대표 물길을 따라간 여정에서도 나흘 연속 비를 맞았다. 그렇다고 우산을 펼칠 정도는 아니었다. 부슬부슬 내린 비는 땅을 촉촉히 적시며 스며들었다. 
 그래서인지 라인강~마인강~RMD운하~도나우강에는 물이 넘실거렸다. 지하수들이 흘러 나와 강을 풍성하게 만드는 모습이었다. 갈수기에는 물이 말라 밑바닥이 보이고, 오염물질이 쌓여 탁한 낙동강과는 전혀 달랐다.

독일은 연중 고루 내리는 비 덕분에 혜택을 본다. 1971년 이후 30년간 평균 강수량을 보면 6월이 가장 많아 월평균 84.2㎜에 이른다. 
 가장 적은 2월 평균치는 40.9㎜. 최대와 최소 비율이 2대1이다. 연간 평균 강수량은 745.3㎜. 라인강 홍수는 3~4월에 집중된다. 강수량보다는 알프스 눈이 녹아내린 물이 넘치는 까닭이다. 
 ◆ 수자원 활용 극대화
= 고루게 비가 내리는 독일이지만 지역마다 물 공급량이 다르다. RMD운하의 마인강 유역은 많은 인구에 비해 물이 부족한 '마른 땅(dry land)'으로 꼽힌다. 
 이를 상당 부분 해결한 게 RMD운하다. 바흐하우젠부터 켈하임까지 5개 갑문에는 펌프시설이 갖춰져 있다. 여기서는 초당 최대 35㎥(1㎥=1t)씩 도나우강 물을 끌어올린다. 갑문을 통해 연간 공급되는 물은 1억2500만㎥에 이른다. 별도로 도나우강 지류인 알트뮐강에서 연 2500만㎥가 마인강 유역으로 넘어온다. 
 야간에 남는 전기를 활용해 양수 방식으로 끌어올린 물은 운하에 물을 공급하는 원천이 된다. 이참 예일회계법인 고문(한반도대운하 특별위원회 특보)은 "도나우강 물을 돌려 마인강 상류 지역인 '프렌키스두스 젠란트'에 인공호수를 만들어 물을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바흐하우젠 갑문 옆에는 거대한 저수지가 건설돼 있다. 운하나 마을보다 높게 위치한 저수지는 도나우강 물을 끌어올려 저장하는 곳. 여기서 운하에 배를 띄우는 물이 공급된다. 
 운하에 사용된 물이 저장되는 대표적인 장소는 에케르스뮐렌 갑문 옆에 위치한 로트(Roth)호. RMD운하가 개통된 지 1년 후인 1993년 완공됐다. 2.1㎢ 넓이에 저장용량 1150만㎥를 자랑한다. 휴양지로 사용되는 이곳은 도나우강에서 오는 물을 저장했다가 운하에 물을 대주는 기능도 한다. 새가 날아드는 생태공원 구실을 하기도 한다. 
 경부운하에서 대표적으로 물이 공급돼야 하는 지역은 충주에서 문경까지 남한강과 낙동강을 연결하는 40㎞ 구간. 해발 110m에 위치한 충주호가 주요 공급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대 담수량이 27억5000만t인 충주호의 최근 5년 통계를 보면 최고 담수량은 25억4000만t(2006년 7월)이고 최저 담수량은 8억3000만t이었다. 
 평균치는 15억4000만t. 경부운하를 건설해 사시사철 물을 흐르게 할 때 충주호 물이 얼마나 낙동강 수계로 공급될 수 있는지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한 대목이다. 
 추부길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 정책기획팀장은 "경부운하를 만들면 담수량이 10억t에 이르고, 낙동강 유지 용수를 위해 충주댐에서 지하 도수로로 3억t을 흘려 보내는 등 수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갈수기에 낙동강은 밑바닥이 드러나고 오염물질이 여기저기 쌓여 있다. 운하 건설 여부를 떠나 어떤 식으로든 하천에 물이 흐르게 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수자원 이용 극대화는 필요하다는 얘기가 설득력을 얻는 대목이다. 
윤병만 명지대 교수는 이와 관련해 "수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게 필요하지만 실제로 충분한 물을 공급하기 위해 댐을 더 건설해야 하는지, 그리고 물이 흘러가는 유역을 바꾸면서 발생하는 수리권(水利權) 문제 등도 충분히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뉘른베르크 인근 RMD운하 옆에 1993년 건설된 2.1㎢ 면적의 인공저수지 로트호에 친환경 수림이 조성돼 있다. <김호영기자>
◆ 내륙 개발과 고용효과
= RMD운하가 통과하는 대표적인 도시는 뉘른베르크. 독일에서 최초로 1835년 뉘른베르크~퓌르트 간에 철도가 놓이면서 크게 발전했다. 뉘른베르크 도시권에만 180만명이 거주한다. 하지만 독일 경제 중심축이 아니어서 RMD 운하 건설로 크게 혜택을 받지는 못했다. 운하 물동량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경부운하는 한국 경제에서 70% 이상을 담당하는 수도권~영남권을 연결하므로 RMD운하와 단순 비교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게 경부운하 찬성 측 주장. 결국 경부운하가 낙후된 내륙 지역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주장은 아직 많은 검토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단순하게 산업공단을 설치한다고 기업이 이동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RMD운하에 따른 고용효과는 크지 않았다. 독일 전체 운하에서 차지하는 물동량 비중이 3%에 불과한 데다 실제 운하에서 운항하고 갑문을 관리하는 데 많은 인원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운하내 인력은 300명에 불과하다. 
 경부운하 찬성 측은 공사기간 4년간 30만명이 고용되고 완공 후에도 운항과 관리, 운수ㆍ창고ㆍ보험 등 효과로 22만명에 이르는 직접 고용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고용효과는 물동량과 경제 발전 정도에 따라 크게 달라지므로 상당 기간 논란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 골재 채취와 준설비용 
 = RMD운하는 낮은 구릉지와 계곡을 연결한 물길이다. 골재가 나올 여지가 적었다. 
 경부운하는 남한강과 낙동강에 대한 대대적인 재정비를 필요로 한다. 여기서는 자갈과 모래 등 여러 가지 골재가 나온다. 수자원공사와 지질자원연구원 등에 따르면 총 골재개발 가능량은 8억3432만㎥. 
 곽승준 고려대 교수는 "골재가격을 ㎥당 1만원으로 가정할 때 총 판매수입은 8조3432억원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개발 가능한 골재를 모두 채취할 수 있을지 여부, 골재가 오염물질과 섞여 있을 가능성, 골재가격 변동 등에 대한 검토는 상세히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운하가 안정성을 가지려면 꾸준히 준설할 필요가 있다. 반 헤이즌 로테르담항만공사 홍보팀장은 "로테르담 항구 물길 준설에 연간 1000만~2000만유로(140억~280억원)가 들어가고, 파낸 흙은 오염물질이 많이 포함돼 있어 폐기 처분한다"고 설명했다. 홍수가 잦은 경부운하에서도 준설과 폐기물 처리 등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교통편익과 운송 거리>
경부운하, 철도ㆍ도로보다 경쟁력 있나 
300㎞ 이상 운송때 에너지 효율성 커


540㎞에 달하는 경부운하가 도로나 철도 교통을 얼마나 흡수할 수 있을까. 운하는 일단 에너지 효율이 높으므로 장거리 운송에 적합하다. 실제로 자동차는 100㎞ 이내, 철도는 100~300㎞, 운하는 300㎞에서 최대 강점을 지닌 것으로 분석된다.  <표는 도로.철도.운하의 동일 에너지 사용시 갈 수 있음을 보는 에너지 효율성>
 로테르담에서 물류업체 발하벤을 경영하는 얀 오베르데베스트 사장은 "물건을 옮겨싣는 환적 비용이 있으므로 짧은 거리는 트럭이 낫고, 긴 거리는 철도와 바지선이 우위에 있다. 250㎞를 중심으로 바지선은 물동량, 철도는 시간을 중시하는 화물을 중심으로 처리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RMD운하는 도로보다 철도 물동량 일부를 흡수했지만 경제의 중심축이 아니어서 그 폭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뉘른베르크를 중심으로 RMD운하를 지나는 컨테이너는 연간 2000개 정도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경부운하는 수도권~영남의 물동량이 얼마나 많으냐가 관건이다. 현재 서울에서 나가는 화물의 87%가 수도권으로 향하고, 부산에서 나가는 화물의 82%가 경남권으로 향한다. 
 운항 속도와 건설의 타당성, 운항의 안정성 등도 여전히 쟁점이다. 
 RMD운하는 17㎞ 거리를 시속 11~13㎞로 운항하도록 되어 있다. 갑문 통과 시간은 대략 25분 내외. 갑문을 열고 닫으며 분당 1.7m 속도로 배를 상하 이동시킨다. 이론적으로 운하를 통과하는 데 24시간가량이 걸리지만 실제로는 30시간이 걸린다. 
 경부운하는 설계에 따라 갑문이 12~19개 설치되도록 되어 있다. 현재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측이 예상하는 총 운항시간은 32시간 내외. 갑문 통과에 약 20분이 걸리므로 대략 4~6시간이 소요된다. 강 부분 500㎞에서는 시속 20~22㎞가 가능하므로 대략 소요되는 시간은 23~25시간, 연결구간 40㎞에서는 시속 10㎞이므로 4시간가량이 걸린다는 설명이다. 대략 31~35시간이 걸린다는 것. 반면 RMD운하 속도를 적용하면 최소 50시간 이상이 필요하게 된다.
오베르데베스트 사장은 "바지선의 운항 속도에 비춰볼때 경부운하는 이틀하고 반나절 정도 걸릴 것"이라고 추정했다.
 운하에서 갑문의 높이는 크게 문제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 RMD운하에서 최대 갑문 높이는 24.7미터다. 플랑코컨설팅의 얀센 박사는 "중국의 경우 80미터 높이의 엘리베이터도 있으므로 문제가 될 것은 없다"며 "다만 운하 터널을 만드는 것은 전례가 없으므로 신중히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터널내에 물이 들어가 있는 방식이므로 높아진 습도가 터널에 미치는 영향 등이 토목건축 측면에서 신중히 고려돼야한다는 설명이다.
 날씨와 폐기물 등은 운항의 안정성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RMD운하는 결빙으로 인해 1996년 49일간, 1997년 44일간, 2001년 22일간 폐쇄된 적이 있다. 2003년에는 도나우강 수위가 낮아져 12일간 배가 운항하지 못했다. 2006년에도 결빙으로 30일간, 홍수로 7일간 운하가 제 기능을 못했다. 
 유우익 서울대 교수(대통령실장 내정자)는 "화물이 도착해야 할 시간에 얼마나 정확히 도착하고 얼마나 믿을 수 있느냐가 중요한데 물길은 기차와 더불어 가장 안전한 교통수단"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한강과 낙동강은 여름철에 집중호우가 있고 겨울에 물이 얼고 안개가 낄 때가 꽤 많다는 측면에서 운하의 안정성은 신중히 고려돼야 할 요소로 보인다.
 
2008/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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