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장/한반도 대운하

유럽 운하 탐방과 경부운하 (상)

joyhome 2008. 2. 19. 19:08

유럽 운하 탐방과 경부운하 (상) 

 

◆유럽 운하 2000㎞ 현장을 가다 (上)◆

 독일 RMD(라인~마인~도나우) 운하는 경부운하가 벤치마킹하는 대상이다. 171㎞ 길이 운하는 서유럽을 대표하는 라인강과 동유럽 젖줄인 도나우강을 연결한다. 운하는 최고 해발 406m, 최저 해발 230.85m다. 해발 차이가 175.15m에 이른다. 유럽 내 대부분 운하는 평탄한 수로를 통해 연결된 반면 고지대를 통과하는 것은 RMD 운하가 거의 유일하다. 

 경부운하는 한강과 낙동강을 잇는 물길이다. 높은 소백산맥을 터널 형식을 통해 운하로 연결하는 방식이다. 두 개 큰 강을 갑문 방식 운하로 잇는다는 면에서 RMD 운하와 닮았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도 2006년 10월 RMD 운하를 찾았고 큰 감명을 받았다. 

 그렇다면 RMD 운하를 포함한 유럽 운하는 경부운하 벤치마킹 대상으로 적합할까. 경부운하에 대한 찬반 논란이 뜨거운 가운데 찾아간 유럽 강과 운하 모습은 그 가치를 단순히 평가하기가 힘들었다. 

 네덜란드 운하컨설팅업체인 DHV의 빔 클롬프 이사는 "운하 건설에 따른 경제적인 측면을 보려면 화물운송 수요, 건설ㆍ유지비용, 운하 건설지역 경제발전, 골재채취, 도로 혼잡비용, 대기오염 감소, 관광산업, 환경에 미치는 영향 등을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자원공사가 2004년 DHV와 (주)삼안에 의뢰한 경인운하(18㎞) 타당성과 사업계획 검토용역은 2년가량 걸렸다.

 
독일 플랑코컨설팅의 게오르그-디트리히 얀센 박사는 "경제성, 지역 개발, 환경 보전 등 문제에 관해 정부 관료, 토목ㆍ건축학자, 기술자, 환경전문가 등이 모두 모여 종합적인 토론을 거친 후 계획을 만들어야 하고, 법률적인 검토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로테르담에서 배로 오스트리아 린츠까지 가려면 15일 가까이 걸린다. 따라서 도로ㆍ철도ㆍ강ㆍ운하를 종합적으로 연결하는 물류 체계를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륙주운(강과 운하를 활용한 수송)이 수송에서 중요한 기능을 하는 유럽 국가는 네덜란드 벨기에 독일 등 3개국이다. 2005년 기준으로 화물운송에서 내륙주운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28.7%, 14%, 13% 순이다. 특히 네덜란드는 낮은 국토에서 치수를 위해 운하를 만들어야 했고 총연장도 6800㎞에 달한다. 독일도 내륙 물길이 7476㎞에 달할 만큼 길다. 

 유럽 대륙을 대표하는 라인강을 따라 바라본 내륙 물길 모습은 하류와 상류가 크게 달랐다. 로테르담~뒤스부르크~프랑크푸르트~밤베르크~레겐스부르크까지 강과 운하로 이어져 있으나 지역별로 역동성이 뚜렷한 차이를 낸 것이다. 

 ◆ 내륙 물길로서 라인강의 중요성 
 = 로테르담은 라인강 하구에 자리 잡은 이상적인 항구. 반 헤이즌 로테르담항만공사 홍보팀장은 "수송량이 많은 바다와 배가 다닐 수 있는 라인강을 끼고 있는 데다 배후에 인구가 많고 물류 인프라스트럭처도 잘 정비돼 있다"고 강조했다. 천혜의 입지를 갖추다 보니 로테르담이 발전했다는 얘기다. 

 라인강을 따라 올라간 독일 뒤스부르크는 공업국가 독일의 상징인 루르 공업지역에 위치한다. 이곳까지 대형 배가 오가며 여기서 화물은 라인강을 따라 계속 올라가거나 도로ㆍ철도와 연결된다. 

 실제로 라인강은 독일 내륙주운에서 대부분을 차지한다. 2005년에는 물동량이 2억t에 달했다. 라인강 특징은 국제화물 유통이 많다는 것. 2005년 독일 내륙주운 물량은 2억3677만t에 달했으며 이 중 국제화물 비중은 76%인 1억8010만t이었다. 

 독일 내에서 운송되는 화물을 보면 2005년 기준으로 철광석ㆍ광물질 20.8%, 돌ㆍ흙ㆍ건축자재 18.7%, 석유와 석탄 등 30.6%, 농산물 4.7%였다. 이들은 대부분 운하에 적합한 벌크 화물로 불리는데 이들 비중이 70%를 훌쩍 넘는다는 얘기다. (이런 화물이 경부운하를 오갈 수 있을까)

 라인강은 프랑크푸르트 인근 마인츠에서 마인강으로 연결된다. 마인강 물길 388㎞에 설치된 갑문은 무려 34개. 오가는 배는 크게 줄었다. 

 프랑크푸르트에서 'IVON-S I, S Ⅱ'로 표시된 배 2척이 나란히 연결돼 갑문을 통과하는 모습을 볼 기회가 있었다. 갑문 길이는 200m 남짓이었고, 약 5m 높이 갑문을 통과하는 데 25분 정도 걸렸다. 
 ◆ RMD 운하 물길

= RMD 운하 첫 발길은 밤베르크에서 시작했다. 밤베르크는 '독일의 베네치아'로도 불리는 물의 도시. 시내 중심은 레그니츠강(마인강 지류)과 RMD 운하에 둘러싸인 섬 형태로 돼 있었다. 
 밤베르크가 물이 풍부한 도시가 된 것은 마인강에 건설한 대형 갑문 덕분. 운하를 가로지르는 케텐다리를 건널 때 느낀 운치는 밤베르크 명성을 더욱 높이는 것 같았다. 
 RMD 운하는 밤베르크(해발 230.85m)에서 갑문을 거치면서 높아져 갔다. 6개 갑문을 거쳐 나타난 곳은 뉘른베르크.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전범재판이 열린 곳으로 유명하다. 해발 303m인 이곳에서 운하는 다리를 건넌다. 그리고 뉘른베르크 아이바흐 레에르슈테텐 에케르스뮐렌을 거쳐 해발 406m인 힐폴트슈타인에 이른다. 
 뉘른베르크에서 힐폴트슈타인까지는 완만한 구릉에 삼림지대였다. 도나우강 첫 관문인 바흐하우젠부터 켈하임까지는 계곡을 따라 흐르는 물길이었다. 켈하임에 들어서기 직전에 위치한 에싱 풍광은 감탄사를 저절로 자아낼 정도. 길가에 보이는 카페와 식당들은 이곳이 관광객이 많이 찾는 명소임을 실감케 했다. 
 RMD 운하가 끝나는 곳은 도나우 강변 도시인 켈하임. 켈하임 갑문은 큰 수문이 3개 설치돼 있으며, 별도로 길이가 130m 남짓한 갑문 수로가 놓여 있었다. 운하를 따라온 물길은 켈하임 갑문에서 4㎞가량 더 흘러 도나우강과 합류했다. 
 도나우강은 물이 풍부했다. 유속이 마인강보다 훨씬 빨랐다. 운하건설을 추진했던 주요 목적 중 하나가 '도나우강의 풍부한 물을 마인강으로 돌린다'는 것이었음을 쉽게 느낄 수 있었다. 

 ◆ RMD 운하의 경제적 성공 여부는 불확실

한 선박이 RMD 운하의 에케르스뮐렌 갑문을 통과해 운항하고 있다. <김호영기자>
= 외관상으로 웅장하고 수려한 RMD 운하. 하지만 1992년 개통된 이 운하 성공 여부는 아직 속단하기 힘들다는 느낌을 받았다. 겨울철이라 그런지 앞뒤로 긴 벌크선만 가끔 만날 뿐이었다. 
 실제로 RMD 운하는 경제적 성공 여부에서 아직 큰 점수를 받지 못하고 있다. 32년간 공사(실질 공사기간은 20년)에 들어간 비용은 47억마르크(약 3조원). 현재 화폐가치로 따지면 훨씬 많아진다. 비용 중 66%에 해당하는 31억마르크는 연방정부와 바이에른 주정부가 RMD주식회사에 2050년까지 무이자 대출을 해주는 형식이었다. 사실상 막대한 재정이 들어간 셈이다. 
 완공된 직후 예측한 2002년 물동량은 연간 1800t 정도. 하지만 2006년 독일 교통건설부 통계를 보면 624만t에 그친다. 예상치에 비해 3분의 1에 불과했다. 독일 전체 내륙주운 물동량 가운데 3%를 차지한다. 2006년에는 물이 얼어서 30일간, 홍수로 인해 7일간 운하가 제 기능을 할 수 없었다. 연간 유지ㆍ관리비용도 약 170억원(400억원이라는 얘기도 있음)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독일 연방수로국 통계를 보면 내륙주운은 1960년대에 전체 운송물량 가운데 3분의 1가량을 담당했다. 그러던 게 2006년에는 그 비율이 14% 정도에 그쳤다. 운하 종사자도 1964년 3만명에서 2006년 7960명 수준으로 감소했다. 
 내륙 운하의 가장 큰 문제점은 기상조건에 의해 영향을 크게 받는다는 것. 시설 노후와 토사 퇴적에 따른 비용 증가도 결점으로 지적된다. 
 플랑코컨설팅은 보고서를 통해 2000년부터 2020년까지 내륙수로 관리비용으로 110억유로(15조원)가 투자되지 않으면 주운시스템 붕괴가 초래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렇다고 RMD를 실패작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개통된 지 15년밖에 지나지 않았고, 철도ㆍ도로 등 교통량은 국제적인 에너지 상황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RMD 운하는 정치적으로 치열한 논쟁 대상이었다. 1980년부터 82년까지 독일 연방교통부 장관이었던 사민당 소속 폴커 하우프는 RMD 운하를 '인류가 바벨탑을 쌓은 이래 가장 바보 같은 짓'이라고 평가했다. 당시 사민ㆍ자유민주당 연합정부는 녹색당 등장과 함께 환경친화적인 정책을 폈다. 
 반면 82년에 총리가 된 기독교민주당연합 헬무트 콜은 RMD 운하에 긍정적이었고 정권을 잡은 후 공사를 재개했다. 경부운하와 마찬가지로 독일에서도 정치적 견해에 따라 RMD 운하에 대한 타당성 평가가 매우 달랐던 셈이다.

 

<RMD(라인-마인-도나우) 운하란>

 독일 바이에른주에 위치한 RMD(라인-마인-도나우) 운하는 `유럽 운하'로도 불린다. 서유럽의 젖줄인 라인강과 동유럽을 관통하는 도나우강을 물길로 직접 연결하기 때문이다.
 RMD운하는 마인강 상류의 밤베르크에서 출발해 뉘른베르크를 거쳐 도나우강 상류의 켈하임으로 이어진다. 총연장 171km로 14개국의 유럽 국가가 이 운하를 통해 연결됐다.  라인강 하구의 로테르담에서 도나우강 하류의 루마니아까지 길이는 총 3500여km에 달한다. 밤베르크의 고도는 230.85미터이고 켈하임은 338.20미터. 운하의 최고 고도는 406미터로 마인강유역 첫 관문인 힐폴트슈타인과 도나우강 첫관문인 바흐하우젠간 물길은 16.5㎞에 이른다. 건설비용으로 47억 마르크(약 3조원)이 들었다.
 RMD 운하에는 구간에는 총 16개의 갑문이 있으며 폭은 55미터, 수심은 약 4미터이다. 갑문의 최대 높이는 24.7ㅣ터이며 최고 2800톤의 배가 지나갈 수 있게 설계됐다. 운하를 항해하는 시간은 이론적으로 약 24시간 정도이나 대체로 30시간이 걸린다. 갑문당 통과시간이 대략 25~30분이며, 항해 속도는 시속 11~13㎞다.
  역사적으로 라인강과 도나우강을 잇는 것은 유럽 왕이나 정치가들의 꿈이었다. 서기 793년 프랑크왕국의 카알 대왕에 의해 처음 착안될 정도였다. 꿈을 실현한 사람은 바바리아 왕조의 루드비히1세. 그는 1846년 마인강(밤베르크)과 도나우강(켈하임)을 연결시키는 LMD(루드비히-마인-도나우)운하를 완성시켰다. 총연장 178㎞의 운하에는 101개의 갑문이 있었고 운하의 폭은 최대 16미터에 갑문 최고 높이는 3.5미터였다. 선박의 최대 규모는 120�으로 항해하기 힘들었고 1차 세계대전중 파손돼 결국 1945년에 폐쇄됐다. 베르힝 갑문 근처에서 본 LMD운하는 폭이 매우 좁았고 갑문 넓이도 3미터가 되지 않았다. 당시 바이에른은 운하 건설로 재정난을 겪기도 했다.
 RMD 운하는 LMD운하의 개선을 위해 100여년전부터 논의됐다. 1892년에 바이에른 수로교통 촉진조합이 발족했으며, 1921년에는 RMD주식회사(주주는 국가와 바이에른주)가 뮌헨에 설립될 정도였다. 공사의 첫 삽이 떠진 시기는 1960년. 운하의 일부 구간은 기존 LMD운하의 노선을 확장한 것이었다.
 운하의 완성까지는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1972년에 뉘른베르크 구간까지 만들어졌으나, 그 후 환경단체의 반대 등에 휘말려 논란을 거듭하다가 1992년9월25일 무려 32년만에 완공됐다. 공사가 중단된 시기를 고려하면 순수 공사기간으로만 20년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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