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운하 2000㎞ 현장을 가다[중] 수자원 활용 | ||||||||||||||||||||||||||||||||
물부족한 독일 마인강 도나우강 물길 돌려 효용 극대화 갈수기때 한국 낙동강 안정적으로 물공급할 시설 필요 | ||||||||||||||||||||||||||||||||
독일 네덜란드 영국 등에서는 비가 부슬부슬 내린다. 유럽 대표 물길을 따라간 여정에서도 나흘 연속 비를 맞았다. 그렇다고 우산을 펼칠 정도는 아니었다. 부슬부슬 내린 비는 땅을 촉촉히 적시며 스며들었다.
그래서인지 라인강~마인강~RMD운하~도나우강에는 물이 넘실거렸다. 지하수들이 흘러 나와 강을 풍성하게 만드는 모습이었다. 갈수기에는 물이 말라 밑바닥이 보이고, 오염물질이 쌓여 탁한 낙동강과는 전혀 달랐다. 독일은 연중 고루 내리는 비 덕분에 혜택을 본다. 1971년 이후 30년간 평균 강수량을 보면 6월이 가장 많아 월평균 84.2㎜에 이른다. 가장 적은 2월 평균치는 40.9㎜. 최대와 최소 비율이 2대1이다. 연간 평균 강수량은 745.3㎜. 라인강 홍수는 3~4월에 집중된다. 강수량보다는 알프스 눈이 녹아내린 물이 넘치는 까닭이다. ◆ 수자원 활용 극대화 = 고루게 비가 내리는 독일이지만 지역마다 물 공급량이 다르다. RMD운하의 마인강 유역은 많은 인구에 비해 물이 부족한 '마른 땅(dry land)'으로 꼽힌다. 이를 상당 부분 해결한 게 RMD운하다. 바흐하우젠부터 켈하임까지 5개 갑문에는 펌프시설이 갖춰져 있다. 여기서는 초당 최대 35㎥(1㎥=1t)씩 도나우강 물을 끌어올린다. 갑문을 통해 연간 공급되는 물은 1억2500만㎥에 이른다. 별도로 도나우강 지류인 알트뮐강에서 연 2500만㎥가 마인강 유역으로 넘어온다. 야간에 남는 전기를 활용해 양수 방식으로 끌어올린 물은 운하에 물을 공급하는 원천이 된다. 이참 예일회계법인 고문(한반도대운하 특별위원회 특보)은 "도나우강 물을 돌려 마인강 상류 지역인 '프렌키스두스 젠란트'에 인공호수를 만들어 물을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바흐하우젠 갑문 옆에는 거대한 저수지가 건설돼 있다. 운하나 마을보다 높게 위치한 저수지는 도나우강 물을 끌어올려 저장하는 곳. 여기서 운하에 배를 띄우는 물이 공급된다. 운하에 사용된 물이 저장되는 대표적인 장소는 에케르스뮐렌 갑문 옆에 위치한 로트(Roth)호. RMD운하가 개통된 지 1년 후인 1993년 완공됐다. 2.1㎢ 넓이에 저장용량 1150만㎥를 자랑한다. 휴양지로 사용되는 이곳은 도나우강에서 오는 물을 저장했다가 운하에 물을 대주는 기능도 한다. 새가 날아드는 생태공원 구실을 하기도 한다. 경부운하에서 대표적으로 물이 공급돼야 하는 지역은 충주에서 문경까지 남한강과 낙동강을 연결하는 40㎞ 구간. 해발 110m에 위치한 충주호가 주요 공급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대 담수량이 27억5000만t인 충주호의 최근 5년 통계를 보면 최고 담수량은 25억4000만t(2006년 7월)이고 최저 담수량은 8억3000만t이었다. 평균치는 15억4000만t. 경부운하를 건설해 사시사철 물을 흐르게 할 때 충주호 물이 얼마나 낙동강 수계로 공급될 수 있는지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한 대목이다. 추부길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 정책기획팀장은 "경부운하를 만들면 담수량이 10억t에 이르고, 낙동강 유지 용수를 위해 충주댐에서 지하 도수로로 3억t을 흘려 보내는 등 수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갈수기에 낙동강은 밑바닥이 드러나고 오염물질이 여기저기 쌓여 있다. 운하 건설 여부를 떠나 어떤 식으로든 하천에 물이 흐르게 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수자원 이용 극대화는 필요하다는 얘기가 설득력을 얻는 대목이다. 윤병만 명지대 교수는 이와 관련해 "수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게 필요하지만 실제로 충분한 물을 공급하기 위해 댐을 더 건설해야 하는지, 그리고 물이 흘러가는 유역을 바꾸면서 발생하는 수리권(水利權) 문제 등도 충분히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내륙 개발과 고용효과
= RMD운하가 통과하는 대표적인 도시는 뉘른베르크. 독일에서 최초로 1835년 뉘른베르크~퓌르트 간에 철도가 놓이면서 크게 발전했다. 뉘른베르크 도시권에만 180만명이 거주한다. 하지만 독일 경제 중심축이 아니어서 RMD 운하 건설로 크게 혜택을 받지는 못했다. 운하 물동량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경부운하는 한국 경제에서 70% 이상을 담당하는 수도권~영남권을 연결하므로 RMD운하와 단순 비교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게 경부운하 찬성 측 주장. 결국 경부운하가 낙후된 내륙 지역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주장은 아직 많은 검토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단순하게 산업공단을 설치한다고 기업이 이동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RMD운하에 따른 고용효과는 크지 않았다. 독일 전체 운하에서 차지하는 물동량 비중이 3%에 불과한 데다 실제 운하에서 운항하고 갑문을 관리하는 데 많은 인원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운하내 인력은 300명에 불과하다. 경부운하 찬성 측은 공사기간 4년간 30만명이 고용되고 완공 후에도 운항과 관리, 운수ㆍ창고ㆍ보험 등 효과로 22만명에 이르는 직접 고용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고용효과는 물동량과 경제 발전 정도에 따라 크게 달라지므로 상당 기간 논란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 골재 채취와 준설비용 = RMD운하는 낮은 구릉지와 계곡을 연결한 물길이다. 골재가 나올 여지가 적었다. 경부운하는 남한강과 낙동강에 대한 대대적인 재정비를 필요로 한다. 여기서는 자갈과 모래 등 여러 가지 골재가 나온다. 수자원공사와 지질자원연구원 등에 따르면 총 골재개발 가능량은 8억3432만㎥. 곽승준 고려대 교수는 "골재가격을 ㎥당 1만원으로 가정할 때 총 판매수입은 8조3432억원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개발 가능한 골재를 모두 채취할 수 있을지 여부, 골재가 오염물질과 섞여 있을 가능성, 골재가격 변동 등에 대한 검토는 상세히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운하가 안정성을 가지려면 꾸준히 준설할 필요가 있다. 반 헤이즌 로테르담항만공사 홍보팀장은 "로테르담 항구 물길 준설에 연간 1000만~2000만유로(140억~280억원)가 들어가고, 파낸 흙은 오염물질이 많이 포함돼 있어 폐기 처분한다"고 설명했다. 홍수가 잦은 경부운하에서도 준설과 폐기물 처리 등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교통편익과 운송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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